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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영 Sep 28. 2022

최지영의 연극놀이 이야기

연극놀이의 순간: 즉흥을 통한 장면만들기

연극놀이의 순간 

즉흥을 통한 장면만들기     


연극놀이가 가지는 힘은 무엇보다도 참여자들의 몰입을 끌어낸다는 데 있다. 몰입하고 참여하며 즐기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한 몰입의 힘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즉흥’이다. 즉흥은 아무렇게나 막무가내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참여자들에게 내재하여 있는 본질적이고 강력한 역동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즉흥은 연극놀이 이끔이에게 있어서 통찰력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참여자들의 즉흥이 끌어 올라올 수 있는 에너지와 환경의 흐름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진행한 ‘즉흥을 통한 장면만들기’의 흐름을 보자면, 우선, ‘몸짓 릴레이’로 참여자들의 감각과 몰입의 즐거움을 깨어낸다. 원으로 선 상태에서 시작하는 한 사람의 몸짓과 소리를 릴레이처럼 따라 하고, 연이어서 다음, 다음 사람의 릴레이를 이어서 따라 하는 것이다. 이때, 이끔이가 ‘몸짓 릴레이’의 전체 활동 시간을 측정하면, 참여자들을 촉진하는데 더 효과적인 듯하다. 이때까지는 참여자들의 몸짓이 그다지 크지 않고, 동작을 따라 하며 이어가는 데 그저 집중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 흐름을 계속 이어서, ‘몸짓 릴레이’의 약속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술래를 정해 그 술래가 원의 중앙으로 나아가면서 몸짓을 하고, 그 몸짓을 참여자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술래가 자연스럽게 원의 다른 참여자에게 다가가면 술래와 몸짓도 함께 변형되어가는 ‘몸짓 변형 릴레이’로 진행한다. 참여자 중에는 원의 중앙으로 나아가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아서 바로 지나가며 술래를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서 참여자들의 몸짓과 몸짓을 누리는 시간은 분명히 늘어나며, 그러한 몰입에 점점 더 빠져들고, 조금씩 즐기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5명에서 20명 내외가 적절한 참여인원인 듯 하다. 그래서 30명 이상일 경우에는 나누어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이 과정에서는 간단한 ‘느낌나누기’를 하면, 참여자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 몸짓이 주는 다양함, 다양함 속에서 표출되는 개개인의 특성들에 대해서 함께 발견하고 인지하게 된다. 이 순간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참여자들의 몰입과 인식의 에너지가 충만할 때, 본격적인 장면만들기로 들어간다. 이때에도 참여자들에게 무리한 서사만들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처럼 가상의 약속을 제시하고, 참여자들이 그 약속을 수행하도록 한다. 필자가 제시한 약속은 ‘산, 물, 동굴 표현하기’이다. 참여자들을 5-7명 정도의 모둠으로 나누어, 산, 물, 동굴을 지나가는 것을 표현하도록 한다. 그 순서는 참여자들이 정하도록 한다. 그리고 몇 가지를 참여자들이 스스로 정하도록 한다. ‘참여자들이 어떠한 존재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디에 도착하게 되는지’이다. ‘산, 물, 동굴 표현하기’는 매우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 참여자들이 산, 물, 동굴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되어 지나가는 상황을 표현하기도 하고, 산, 물, 동굴의 자연의 생태자체를 표현하기도 하고, 참여자들이 역할을 나누어 누구는 자연의 모습이 되고, 누구는 그 자연을 지나가는 인물이 되기도 한다. 또한 어떠한 존재가 될 것인지라는 제안이 장면만들기의 꽤나 효과적인 촉진제가 된다.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존재에는 외계에서 불시착한 외계인’,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등의 동물들’, ‘불을 찾아 떠나는 원시인’, ‘감옥을 탈출한 죄수와 쫒아가는 간수들’, ‘좀비들과 좀비에 쫒기는 사람들’, 또 ‘커다란  바위가 작은 조약돌로 바뀌는 과정’, ‘바람이 흘러가는 길’ 등 매우 다양한 인물들이 탄생되었다. 

마지막에 어디에 도착할 것인가라는 제안 역시 장면만들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10대나 20대 등의 젊은 세대들은 마지막 도착지점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유독 많다는 것이다. 그것이 게임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말이다. 그에 비해 50대 이상 참여자들은 어떻게든 모든 참여자들이 함께 살아서 도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즉흥을 통한 장면만들기’는 이야기와 서사를 만들어가거나, 인물과 사건과 연관된 장면만들기, ‘소품이나 사진 한 장에서 시작하는 장면만들기’ 등으로 얼마든지, 변형,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변형과 확장은 연극놀이 이끔이의 경험과 판단, 참여자들의 조건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이끔이는 참여자들이 강렬한 흥미를 느끼고 몰입해서 장면을 만들어갈 수 있는 조건과 요소, 환경을 형성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종 모니터링을 가면, 오히려 이를 거꾸로 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즉흥’은 연극놀이의 역동을 끌어내는 최상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이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끔이가 ‘즉흥’의 경험을 많이, 다양하게 해 보는 것이 우선임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즉흥의 경험을 많이 해 본다는 것은, 연극이 가지는 다양한 요소들, 움직임, 소리, 공간에서의 리듬감, 소품과 매체의 활용, 이미지 만들기, 이미지 적용하기, 소리와 음률을 다양하게 표현하기,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창의적이고 입체적인 구조 설계하고 표현하기, 모둠 활동 속에서 표현에 대해 토론하고 타협하기, 꼬리에 꼬리를 만드는 이야기 만들기 등의 경험들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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