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돌봄 보내기
맞벌이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방과후돌봄 기관에 보내야 했다. 기관에서 공부, 프로그램도 하고, 간식과 저녁까지 해결하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방과후돌봄 기관은 다양하다. 서울시 우리동네키움센터, 지역아동센터, 방과후교실, 청소년센터 방과후교실, 학교 돌봄교실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돌봄 기관들의 주무부서가 제각기 다르다.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일반가정 초등학생이 주를 이룬다. 아주 약간의 이용료가 있는데 서울시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어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 커뮤니티 안에 있어서 주 이용대상이 아파트 입주민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지역아동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취약계층 아이들을 무료로 보낼 수 있다. 대상은 고등학생까지 해당되는 걸로 알고있다. 취약계층 아동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프로그램, 인력 투입이 많이 되어 있는 것 같다.
방과후교실은 어린이집 시스템인데 보육료지원을 받는다. 그래서 취약계층 아동들은 무료로 다닐수 있다. 키움센터와 지역아동센터의 중간이라 점점 없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오고 나서 지역아동센터를 알아보았다. 동네에 지역아동센터가 3군데가 있었는데 3곳 다 종교시설에서 하는 곳이었다. 제일 먼저 찾아가서 상담한 곳은 지역에서 조금 오래된 교회에서 하는 지역아동센터인데 자리가 없다고 해서 상담조차 할 수 없었다. 두번째 찾아간 곳도 작은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방문해 보니 왠지모르게 어수선하고 교회 성도들이 다 선생님인 것 같았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지역아동센터는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에서 하는 센터였는데, 4명을 다 수용할 수 없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자리를 빼서 넣어준다고 했다. 안되는데 되게 해서 받아준다는 점이 거슬렸다. 가장 중요한 건 개신교인 우리 아이들을 다른 종교에서 운영하는 센터에 보내기가 제일 마음에 걸렸다.
몇 군데 상담을 다니다보니 느낀 점은 갑자기 4명의 아이들을 입소하고 싶다고 하니 반가워하는 반응이었다. 안그래도 아이들이 없어서 기관들의 운영이 어려울텐데 4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보조금이 확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쪽 생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만 봐도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아는 게 병인가...
아묺든 우리 아이들이 지금 다니는 곳은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방과후교실이다. 일단 원장님 마인드가 괜찮았다. 그리고 학교와 집, 피아노 학원이 제일 가까웠고, 1층에 어린이도서관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아이들은 너무 좁아서 답답하다고 싫다고 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3년을 보냈더니 아이들도 더 이상 다니고 싶어하지 않고, 중요한 건 맞벌이를 하다보니 단점이 드러났다. 겨울방학, 여름방학 때 일주일동안 방학을 해서 아이들을 일주일 동안 맡길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을 4시에 먹여서 집에 오면 다시 저녁밥을 챙겨 먹여야 한다. 그리고 수학은 봐 주지만 영어 학습은 해 주지 못한다. 원장님과 교사 1명 밖에 없어서 인력도 부족한 것 같다. 저학년때는 괜찮았지만 고학년이 되어가니 학습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가 없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기본 학습, 악기 등등 다양한 지원을 해 주고 있는데 말이다.
아이들이 4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알아봤다. 그런데... 방과후교실 원장님은 4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운영이 어렵다며 하소연을 하면서 제발 봐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기관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내 코가 석자인데 어떻게합니까... 이제 결단을 해야할 때가 왔다.
저출산으로 아이들은 적어지고, 교육격차는 심해져서 일반 가정 아이들은 방과후돌봄으로 가지 않고 학원으로 돌리면 되니 돌봄 기관이 어려워지고 있는 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같이 다자녀에 저소득가정은 어쩔 수 없이 혜택을 많이 주는 곳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 맞다. 기관에만 다니는 우리 아이들도 친구들처럼 학원만 다니고 싶고 집에서 자유롭게 있고 싶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엄마의 입장을 언제쯤 알아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