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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or패밀리 워커 Aug 03. 2023

서울 learn?

서울런 학부모간담회를 다녀오다.


 서울런(learn)은 서울시에서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지원해 주고 있는 학습 기회이다.  서울런 학부모간담회에 신청해서 다녀왔다. 간담회는 중고등 학부모, 초등 학부모, 학생들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회사에 반가를 내고 시청 근처 회의실로 갔다. 우리 아이들 4명이 1년 넘게 이용하면서 느낀 점이나 개선점등을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반가를 내고서라도 신청했다. 거기에다 간담회 사례비가 20만 원이나 된다고 해서 일석이조의 기회이다 싶었다. 


 간담회 장소에는 서울연구원과 담당자, 나 외에 중고등학생의 어머니들 3명이 더 있었다. 첫째가 중1이니 첫째 아이 기준으로 선정된 모양이다. 망했다. 큰 아이는 현재 서울런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이용하지 않고 있어서 할 말이 없는데 어쩌나... 연구원은 돌아가며 소개를 부탁했고, 준비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나 의견을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엄마들의 자녀들은 고등학생(최상위권), 중학생이었다. 서울런 온라인콘텐츠를 잘 활용하는 학생들인 것 같았다. 게다가 상위권 아이들이라니... 괜히 왔나 싶었다. 연구원 질문에 답할 수가 없었다. 연구 목적은 서울런을 통해서 학생들의 성적이 올랐는지, 가계의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이 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가정엔 특히 첫째 아이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때 공부에 손을 놓은 아이였고, 학습 습관도 잡히지 않아, 자기주도학습이 전혀 되지 않는 아이였다. 결국에는 온라인 학습도 자기주도학습이 잘 된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와는 맞지 않아서 그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같이 온 엄마들이 말하는 자녀들이 기특하고 부러울 뿐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집에서 학습 기본이 무너진 상황이어서 처음에 패드 학습을 지원받았을 때 너무 좋았다. 아이들 한 명당 각자의 패드가 주어지고 아이들이 재미있어했다. 그러나 그 시기가 몇 개월 못 갔다. 아이들은 점점 매일의 학습을 미루기 시작했고, 패드 안에 있는 동영상만 시청했다. 나는 4명의 학습 선생님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어머님, OO가 오늘의 학습을 잘 안 하고 있어요. 집에 무슨 일 있나요?"

"죄송합니다. 안 밀리고 할 수 있도록 잘 지도하겠습니다."

이 전화를 4명의 선생님에게 받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중 한 명은 알아서 잘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큰 아이는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패드학습도 중지했다. 


 서울런이 온라인콘텐츠 학습이 기본이기 때문에 멘토링지원도 할 수 없었다. 정해진 기간과 공간에 맞춰서 인터넷강의를 토대로 체크받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멘토링 지원이라고 해서 대학생들이 공부 외에 선배로서 멘토링해 주길 바랐는데 그 마저도 인강을 듣지 않으면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간담회에 온 엄마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니 어떤 멘토를 만나느냐에 따라 케바케라고 했다. 


 고등학교 인강은 메가스터디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아직 난 인터넷 강의 콘텐츠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서울런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로그인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학교 자율학습 시간에 친구들이 볼까 봐 집에서만 학습한다고 한다. 친구들과 다른 통로를 통해서 로그인해야 하니 낙인이라는 문제도 지적되었다. 그리고 소위 스타강사의 수업을 들으려면 고가의 문제집을 구매해야 한다고 했다. 지급되는 문제집 쿠폰으로 구매하기에는 금액이 부족한 모양이다. 연구원은 공공에서 제공하는 교육시스템에서 사교육 콘텐츠에 예산을 쓰는 게 맞느냐라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서울런 학부모간담회에 다녀온 후 생각이 많아졌다. 할 말이 많을 거라고 호기롭게 들어갔는데, 별로 의견을 낼 수 없었다. 무료로 제공해 주는 학습 기회를 왜 내 아이는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인가? 온라인 학습 외에는 방법이 없는 걸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손 놓은 엄마는 아닌가?라는 죄책감도 들었다. 

 

 아무튼 자녀들 교육문제는 너무 어렵다. 나는 오늘도 회사에서 방학인데 집에서 있을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지만 알아서 공부를 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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