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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빗 Oct 22. 2020

마냥 참지 않을 것

feat. 드라마 <회사 다니기 싫어>

<회사 다니기 싫어>라는 드라마에서 연봉 협상을 하는 장면을 보며 격하게 공감을 했던 적이 있다. 


‘일 십 백 천 만... 29만원이면, 한 달에 이만 사천 원……?’ 하며 기겁하는 극중 유진의 모습은 수많은 중소/중견 기업 직장인들의 '찐텐션'이지 않을까 싶었다. ‘고작 이만큼 벌려고 이 고생을 하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고작 이만큼도 아쉬워서 꾸역꾸역 매일같이 발걸음을 옮기는 스스로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자신과 맞지 않는 상사를 못 견뎌서 이직을 결심하는 사람이 참 많다. 일례로, 팀장이 헬로 키티를 자사 프로그램에 PPL 출연시키자고 제안을 했던 적이 있다. 유명 캐릭터가 국내는 물론 일본을 포함한 해외 어디서든 인기 있으니 반응이 아주 좋을 거라고. 그 황당한 발상에 한 팀원이 ‘그런 논리면 디즈니도 같이 협찬 넣으시면 되겠다’고 쏘아 붙고는 얼마 후 퇴사를 했다. 그렇다, 마냥 참아서 답이 안 나올 땐 피하는 게 상책이기도 한 법이다.      

- ‘이 또한 지나갈거니 참아.’     


정말 덮어놓고 참다보면 좋은 날이 올까. 질량 총량의 법칙처럼 A라는 스트레스가 지나가고 나면 어느새 B라는 새로운 스트레스가 덮쳐오는 게 사회생활인데. 참는다고 해서 뭐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저 힘들었던 기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옅어지는 것뿐이다. 인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참는 게 꼭 능사는 아니다. 조금만 더 참으면 경력이 쌓인다고, 회사 생활이 원래 다 그런 거라고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일부 사람들의 말이 요즘 시대에도 적용되는 진리는 아니니까. 우리는 도 닦으면서 인생의 진리를 깨우치려고 밥벌이를 하는 게 아니다.      



베스트셀러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의 저자 글배우의 말처럼 시대가 변했고 삶의 방식이 다양해졌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이를 평생직장으로 삼는 것이 꼭 올바른 루트는 아닌 시대다. 젊음의 때는 한정적이니 주어진 시간에 원하는 것을 찾아 나아가는 사람만이 더 나은 미래를 볼 수 있지 않겠나. ‘사’자 직업을 포기하고 프리랜서 강사로 나서거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때려치우고 유튜버로 전향해 고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남 얘기만은 아닌 거다.       


결국은 각자의 인생이고 선택이다. 상식의 기준이 아예 다른 사람과 함께 합을 맞춘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걸 못 참아서 이직하는 사람, 입버릇처럼 뛰쳐나간다 하면서 딱히 갈 데가 없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 안정적인 삶에 그저 안주하며 나름대로 자족하는 사람. 어느 누구도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수 없다. 다만, 무언가를 선택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은 꼭 해보면 좋은 것 같다.      


- 나에게 좋은 직업이란 무엇인가. 

- 급여, 워라밸, 복지, 사람, 업무의 전문성 etc. 중 어느 쪽에 방점을 두고 있나.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다. 

오늘만 사는 것처럼 가진 돈 펑펑 쓰자 거나 홧김에 퇴사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퇴사를 고민할 때 내 마음의 중심부터 보고 시작했으면 하는 뜻이다. 누가 뭐래도 나부터 생각하자. 남들한테 ‘나 백수야’라고 얘기하는 것 보단 그래도 ‘어디 다녀’라고 말하는 게 나으니까 억지로 다니는 건 스스로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큰 관심이 없다.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치고 그 말들을 다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마냥 참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자유가 있고, 원하는 것을 찾아 나아갈 권리가 있다. 

갈림길에 서 있을 때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할지 모르겠으면 일단 가고 보는 거다. 막힌 길이면 돌아오면 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가 지는 거니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지나갈 때 지나가더라도 그래도 할 말은 하고 살자. 

아닌 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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