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8남매 중에 맏이였다. 그중 뒤에서 두 번째 이모는 8남매 중 가장 똘똘했으나 어떠한 연유인지는 몰라도 바보가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분자이다.
그녀의 지능은 장애를 얻기 시작한 그때쯤의 어린아이 수준이다. 원초적 희.로. 애. 락.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 엄마에게 업어 키워진 바보 동생은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으리라. 8남매 중 가장 똘똘했던 아이가 이후의 삶을 찬란하게 펼치지 못해 먹고, 자고, 싸는 것에만 집중해야 하는 삶은 지성의 숲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 기준에서 함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리라.
8남매 중 엄마만이 수도권에 살고 있었고 나머지 남매들은 본가인 경상도 주변에 살았다. 분자 이모는 합천의 시골에서 외할머니와 단둘이 지냈는데 엄마는 몇 차례 그 아픈 손가락을 집으로 데려와 몇 달을 먹이고, 재우고, 싸게 해 줬다.
지난 내 인생에서 죄지은 항목이 있다면 아마 분자 이모를 괴롭힌 일이다. 나는 왜 분자를 싫어했을까. 지독히도 미워한 그녀 때문에 내 어린 삶 또한 지독히 괴로웠다. 엄마가 안보는 사이 내 눈동자는 그녀를 흘기며 온갖 분노를 표출해냈으리라. 완벽하게 이중적 자아가 표출된 시기. 그 이후 내 안의 분노는 여러 방면에서 내 식대로 드러났는데 싫어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으면서 싫어하는 행동만큼은 물러설 수 없었다.
엄마는 조건 없이 그녀를 케어했다. 저러다 평생 데리고 사는 건 아닌가 나는 늘 불안했다. 이유 없이 싫어하고 밀쳐냈던 나는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낼 수 없어 그녀를 지독하게 질투했음을 이제와 알아챈다. 엄마는 분명 알았을 것이다. 분자를 향한 내 미움을. 그런데 왜 타이르지 않았던 걸까. 둘 중 하나겠지. 엄마가 모른 척했거나, 진짜 내가 영악하게 굴었거나.
불쌍한 사람은 도와야 한다는 엄마의 지론이 자연스럽게 인이 박여 나 또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모른척하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분자는 불쌍한 사람이 맞다. 이유 없이 내게 미움받을 때 그녀는 그 이유를 알아채고 있었을까. 아니면 알고도 묵인한 바보였을까. 이제와 어른의 시점에서 아픈 동생을 케어하던 큰언니의 행동이, 조카의 미움을 받아낸 분자 이모의 묵묵함이, 지나간 세월이 무색하게도 생생히 보여 어리석었던 내 어린 시절이 아리다.
시간이 흘러 분자 이모는 몸이 불편하신, 그러나 상대적으로 멀쩡해 보이는 남성 분과 결혼했다. 그 이후 막내 이모를 대동해 엄마와 함께 분자를 찾아갔던 때를 기억한다. 그보다 더 해맑을 수 없게 집안에서 뛰쳐나와 큰 언니를 맞이하던 분자를 기억한다. 우리 사이에 애착 따위는 없었지만 어쩌면 우리는 서로 무심한 듯 미움의 시간을 각자의 등 뒤로 젖혀두었는지 모른다.
사랑받기 위해 누군가를 미워했던 내 어린 시절도 불쌍하다. 불쌍해서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날 이렇게 활자로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