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알뜰 사전
지독히도 궁상맞았던 엄마의 생활 습관
엄마의 생활습관은 알뜰 사전의 표본이었다. 양치하는 동안 물 틀어놓는 일은 용납될 수 없는 일과 동시에 화끈한 등짝 스매싱 예약이요, 양치하는 동안 화장실 불 켜는 일도 자신에게만큼은 허용하지 않았다. 모든 세탁물은 늘 손빨래하셨고, 아침 기상과 동시에 일출 후 잉여되고 있는 아파트 공동 전기를 모조리 끄고 다니셨다. 센서등이 있던 현관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의도치 않게 켜지는 바람에 조명의 센서 부분을 반창고로 붙여놓으셨는데 결국 아버지께서 온오프 스위치를 설치해 잉여와 알뜰의 접점을 해결해주신 바 있다. 손빨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사서 고생인 엄마를 보다 못한 큰어머니께서 세탁기를 선물했음에도 그것을 모셔두고 사용하지 않던 분이 바로 내 어머니이다.
어릴 때 식사 중 밥그릇에 밥 한 톨 남기지 않는 것이 엄마로부터 받은 대표적인 밥상머리 교육이었는데 어렵게 농사짓는 분들을 이야기하며 먹을거리 버리면 ○○하는 거라는 말을 꼭 덧붙이셨다. 그때 엄마의 음성에서 확신하지 못했던 단어는 바로 ○○이었는데 그것이 죄받는 건지, 되받는 건지 아직도 그저 문맥에 맞게 대충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8남매 중 맏이로서 책임져야 했던 엄마의 역경과 어려운 살림에 어떻게든 아껴서 살아야 했던 엄마의 시간은 모든 게 적당할 수 없었던 당신의 삶이었으리라.
언젠가 엄마 기일의 제사상을 위해 오빠와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이었다. 나 또한 알뜰한 엄마의 생활 태도를 보고 자랐다 보니 부정할 수 없이 알뜰할 수밖에 없었는데 사과를 고르는 중에 오빠가 옆에서 버럭 화를 내는 게 아닌가. 나는 습관적으로 가격을 비교하며 이것저것 저울질하고 있었을 뿐인데 오빠는 엄마가 늘 돈 아낀다고 파장에서 사 온 맛없는 사과가 넌덜머리 나니 제발 가격 비교하지 말고 그냥 사라는 것이었다. 순간 뒤통수 세게 한방 얻어맞은 기분으로 현기증이 일었는데 나도 모르게 몸에 배어든 알뜰 습관이 내 삶의 질을 스스로 깎아먹고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독립한 공간에서 보일러 돌리기가 무서워 단 한 번도 난방하지 않고 지내다 한파가 몰아닥치던 그날, 창 곁에 두었던 화분은 얼어 죽고 나는 살아남았던 그날, 언젠가 큰고모의 미련하게 살지 말라던 말이 뒤늦게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던 그날, 아.. 진짜 미련하게 살지 말아야지 다짐했더랬다.
엄마의 알뜰했던 생활태도가 때로는 지지리 궁상이었을지 몰라도 내 몸에 잔재하고 있는 지구를 대하는 태도는 엄마의 모범적 행태 덕분임에 분명하다. 알뜰과 지지리 궁상의 접점을 찾기 위해 나는 미련하지 않으면서도 헤프지 않게 엄마의 시간을 곱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