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벨벳 치마

엄마의 홈웨어에 대한 기억

by j 줴이

엄마가 수십 년간 들고 다니던 갈색 장바구니와 함께 내 오감의 기억 중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엄마의 홈웨어 벨벳 치마이다. 어린 내가 엄마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으면 내 손엔 엄마의 다리가 아니라 엄마의 치맛자락이 있었다. 주방의 싱크대 앞에서, 화장실의 세면대 앞에서, 안방의 밥상 앞에서 엄마를 내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손짓엔 엄마의 갈색 벨벳 치마가 있었다.

뭉글뭉글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몰캉한 느낌이 있던 엄마의 벨벳 치마는 기하학적 무늬가 여러 방향으로 나있고 갈색이 톤톤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엄마의 치마로부터 늘 호랑이가 연상되던 이유는 그러한 무늬와 색 때문이리라. 동심으로 이해하기엔 쉽지 않은 무늬와 색 때문에 엄마의 벨벳 치마는 충분히 어둡고 무거웠다. 그러나 손에 감기는 감촉만큼은 한없이 부드러워서 그 느낌을 알고 나면 무늬와 색이 주는 두려움은 금세 사라지고 만다. 거기에 더해 벨벳 치마의 특이할 법한 쿰쿰한 냄새는 구석구석 집안 냄새와 내 손에 밴 땀 냄새가 더해져 엄마 냄새로 종결된다.

무겁지만 부드러운 것, 쿰쿰하지만 따뜻한 것. 엄마의 홈웨어 갈색 벨벳 치마는 늘 베고 자던 베개가 내 머리통 때문에 중간 부분이 헤져 그 부분만 그림이 지워져 버린 것처럼, 그림의 형체를 온전히 알아볼 수는 없지만 감히 내다 버릴 수 없는, 배냇 기억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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