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록

남는 건 사진뿐이라던 엄마의 지론

by j 줴이

아빠가 출근하고 오빠가 학교에 가고 나면 그다음은 내가 유치원에 갈 시간이다. 여유롭게 TV 유치원 뽀뽀뽀를 보며 딸랑딸랑 으쓱으쓱 율동에 맞춰 방방 뛰고 나면 얼추 유치원생의 하루가 시작된다. 유치원 차량이 집 앞에 도착하기까지 그 잠깐의 시간에 엄마는 나를 현관 앞에 세워두고 곧잘 사진을 찍었는데 이제 보니 철마다 이루어졌던 엄마 나름의 행사였나 싶기도 하다.

가을만 되면 집 앞의 길을 따라 만개하던 코스모스, 베란다에서 키우던 토끼풀, 엄마는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꽃을 쫒았고 나를 앞세워 그것들을 기록해댔다. 그때는 분명 알지 못했다. 그것이 엄마가 살아가는 방식이란 것을. 그것이 엄마가 표현하는 사랑의 방식 이란 것을.

내 성장의 변화를 기억하기 위해 애썼던 엄마 나름의 방식을 알아채지 못했다. 지금 아우성대며 되새김질하고 있는 기억에 한계가 오면 엄마의 기록된 사진을 부여잡는 일 말고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남는 건 사진뿐이라던 엄마의 지론 덕분에 이제와 사랑인걸 알아챈 지금의 나는 엄마의 기록들을 마주하며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원복을 갖춰 입고 유치원 가기 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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