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 : 나는 멈추지 않는다.

by 염군





이 매거진의 첫 글 제목이자 잼의 노래 '나는 멈추지 않는다.'

이 글을 썼을 때만 하더라도 졸지에 경력 단절과 암담함이 가득했던 3년 차 마케터였다. 당장 내 암담한 미래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멈추지 않기를 다짐했던 29살의 나.

3개월의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저 그런 계약직 1로 지내자를 목표로 중간 등수만 고집하며 다시 마케터의 길을 준비하던 차에 갑작스럽게 TF팀에 착출 되어 졸지에 관리자급 업무를 하게 되질 않나. 재택근무로 '눈누난나' 하다가 갑자기 회사 출근 후 최저 시급 받는 일 많은 계약직이란 타이틀을 달게 되었던 시간들.

10명이 넘는 인원들을 관리하면서 여러 가지 업무들에 치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장밋빛 인생을 꿈꿨지만 역시나 내 인생은 그다지 편한 팔자는 아니었다. 영화와 같은 이야기도 없었고 반전 또한 없었으며 여전히 일복 많고 여전히 무언가를 많이 하는 인생길을 걷고 있었다. 역시나 인생은 여전히 불공평 / 불공정의 연속이었고 시간 속에 내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좌절하거나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그랬듯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는 동안 여러 가지 시련에도 결국 '갈 길'이 있음을, 그리고 그 항로에 대한 책임도 결국 내가 짓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 배움이 있었기에 '후회'라는 것도 '미련'이란 것도 없었던 3개월이었고 그 깨달음 덕분에 지금의 상황을 감히 '최악'이라고 규정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출처 : 잡코리아



그 사이, 웃긴 일들도 있었다. 권고사직으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나의 동료들과 수많은 퇴사자들이 그러했다. 매일매일 발생했던 사건들을 들으면서 참 인생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만 하게 됐다. 절대 나와 같은 불운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그들의 불행을 빌지 않았음에도 불행은 계속되었고 힘이 강한 자들이 약자들을 괴롭히는 건 여전히 계속되었다.


결국 '우리'는 버티지 못했다는 이유로 패배자가 되기도, 버티려고 했으나 강압에 의해 패배자가 되기도 했다. 역시나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나날은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부에서도 일어났다. 웃기지도 않았고 씁쓸하지도 않았고 그저 이 망할 상황들에 대해 탄식할 뿐이었다. 아, 이것도 역시 인생이었음을, 서른의 나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알아버렸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계속 마주하겠지. 그럴 때마다 또 다른 좌절과 고통은 있겠지. 명심하자, 또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글을 끝으로 컨셉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썼던 매거진을 종료한다.


컨셉진 프로젝트 마지막 글을 쓸 때쯤, 취직을 하고 마지막 글을 쓰자고 다짐했었는데 2021년 좌절 가득이었던 1월을 지나 2월, 다행히 계획대로 나는 취직에 성공했고 다시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됐다.


3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마케팅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계속했었던 것 같다. 3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생각했다. 사실 딱히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뿌연 하늘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여정에서 나는 오롯이 나를 믿고 이 길이 제대로 된 길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조금씩 빈칸이었던 물음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닌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는 마케터가 되리라, 타인이 뭐가 필요한지 생각하는 마케터가 되리라고. 마치 어떠한 TASK에도 빈 도화지가 되어 다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마케터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내가 가진 열정과 궁금증을 적당히 사용할 줄 아는, 정제된 마케터가 되는 것이 곧 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직 나는 누군가에게는 많은 나이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어린 사람이자 마케터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나이, 지금의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더 배우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결국 사람이 가진 '관록'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나의 3개월 '백수' 시절은 그러한 관록을 어떻게 쌓는지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 아닐까 싶다. 이 시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종교가 있진 않지만 분명 이 시간이 나에게 온 것은 분명 이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생각해본다.


이제, 조금은 주춤했던 기차가 다시 활개를 치며 달려야 할 때다. 이제부터 또 다른 것들이 날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난,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매거진을 끝마치며


그동안 <29살 염군, 퇴사하다> 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글을 쓰는 게 힘들긴 했지만 100일을 쉼 없이 쓸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을 주셔서, 비록 누군가에겐 모자란 글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모자란 글을 읽어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아직 저는 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전엔 남들에게 잘 보이는 삶이 잘 사는 삶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내가 진짜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터져야 했던 것들이 터지고 새 살이 나오는 듯하여 이 시간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깨닫곤 합니다.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꿈의 제인'이라는 영화에서 나온 대사를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모두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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