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공정에도 협상은 있다

by 염군
5시부터 줌으로 회의할게요. 전체 공정 확인하고 가이드 잡는 시간이니 각기 부분 챙겨주세요.


남은 기간, 아무도 나를 케어해주지 않을 테니 내 마음껏 내 역량을 펼쳐보자 생각한 나는 오늘 오랜만에 두문 분출하던 지난 시절의 나를 끄집어내 본다.


마케팅할 땐 이런 두문분출은 늘 일상이었다. 뭐든 머리를 맞대어할 때도 있고 브랜드 마케터 때는 보고를 하다가도 타 업체와의 미팅도 잡아야 했다.

전 회사 때 마케팅 담당자는 오롯이 나와 내 밑 부사수뿐이었으니 그야말로 내가 하는 게 곧 마케팅이었고 비록 컨펌을 받고 진행했지만 나의 기량을 200% 발휘하지 않으면 혼쭐이 났던 시절을 겪어 내기도 했다.


나의 사수들이 없었거나, 제대로 된 훈련과 교육 없이 혼자서 배우는 것이 많았기에 어느덧 나는 업무에 있어서는 주도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왜 굳이 이 월급을 받으면서 그걸 꺼내느냐고? 그렇지 않으면 이 월급에 야근을 하게 생겼는걸? 그리고 그 꼴은 내가 절대 보지 못 하니까.


덕분에 오늘 전반적인 업무의 가이드가 잡혔다. 비록 3번의 짧고 긴 미팅을 계속 진행하고 실무진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토론하고 방향성을 잡아본다.

흔한 계약직 1인 나 또한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차라리 이 편이 낫다고 혼자서 생각한다. (누가 보면 정규직이라도 되는 사람인 줄 알겠다. 그래 봤자 3달 다닌 계약직인데.) 그래도 퇴사 전까진 어려움 없이 일이 마무리 될 생각에 아팠던 머리도 차츰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쉬운 일 아니다. 모두가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누군가는 희생이 필요한 법이다. 난 내가 힘들더라도 내가 희생하는 방향을 고집한다. 그러기에 비록 '내 맘대로' 공정이지만 남들 고생하는 만큼 나도 고생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난 생각한다. 너껀 너 꺼야, 와 같은 생각은 팀워크에서 절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다 같이 업무를 협업해야 하는 자리에서 각자의 업무 분배는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거기서 리더의 자리는 이 업무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핵심적인 업무에 있어 어떤 가이드와 중심을 잡을 건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 파악이 어렵다면 업무를 하는 실무진들과의 소통, 그리고 합의는 필수다. 그게 21세기의 효율적인 업무방법이라 난 단언한다. 그래서 참, 이런 생각을 가진 리더를 찾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효율적인 접근 방법. 그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자기 방법이 제일 최고라고 고집하는 리더와 실무진을 볼 때면 속이 부글부글 끓다가도 이내 포기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곤


"그러니까 거두절미하고 방식대로 하시길 원하시는 거죠?"

라 물어보고 일을 시작한다. 토론과 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은 무의미하니까. 차라리 내가 말을 아끼고 그이에게 맞춰주는 게 답이라는 걸 3년의 시간 동안 깨달았달까?



세상에 완벽한 팀장, 완벽한 실무진은 없다. 그러기에 협상은 필요하고 대화는 필요하다. 언제까지 무의미한 야근을 지속해야 하는 걸까? 왜 팀장들은 자기가 하기는 싫어하면서 부하 직원들의 고충을 직접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걸까?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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