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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위 Feb 28. 2024

미처, 알지 못했으니까.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다. 그리고 먹먹한 변명을 한다.

미처

-아직 거기까지 미치도록


 '미처'는 안 하다나 못하다 같은 부정문과 짝을 이루어 아직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우리는 눈앞에 있는 세상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도 하지 않던가? 내가 아무리 두 눈을 크게 뜨고 온 마음을 다해 귀를 열고 있다 하더살면서 미알지 못한  놓쳐 버리는 것들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미처'란 단어를 손에 올려놓고, 나는 내 곁을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특히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을 모르고 무심히 뒤돌아섰던 사람들을 말이다. 만약 내가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 해주고 싶거나 해줘야만  말들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일 뿐이다.


 변명을 하자면

 그때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으니까.



 

 아버지가 심장 시술을 하시고 입원해 계실 때, 나는 그다지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병문안을 갔었다. 시술 후 부작용으로 몸이 조금 부어 있긴 했지만 병원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잠시 병실에 머물다 돌아 나오면서 나는 평소처럼 무미건조하고 시시한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나는 그날 이후로 다시는 아버지와 눈을 맞추지도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다.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온갖 기계를 주렁주렁 매달고 의식 없이 누워계시다 돌아가시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길고도 깊었던 애증의 시간은 그렇게  예고도 없이 단번에 툭 잘려나갔다. 망연자실해진 나는 한동안 아버지와의 마지막을 '미처' 알아채못한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죄스러워했다. 


 고등학교 교사 시절, 담임은 아니지만 국어를 가르치던 참하고 예의 바른 남학생 명이 있었다. 출근길에 그 애와 버스에서 만나 신나게 대화를 나누기억이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유난히 어른스럽고 차분했던 그 아이를 나는 마음속으로 아꼈다. 아이는 졸업하면서 명문대학에 합격했고 나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며 기뻐했었다. 그런데 얼마 후 학교가 발칵 뒤집어지고 말았다.  대학생이 된 그 아이가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우발적인 게 아닌 계획적인 살인이었다. 나는 도무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내가 알던 아이는 절대로 그런 짓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후로 오랫동안 내가 그 아이에게서 미처 보지 못했던 진실무엇인지 고민했다. 만약 내가 그걸 볼 수만 있었다면 그 애와 함께 던 그때 그 애를 위해 해줄 말이나 도와줄 일이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나는 오랫동안 그 애의 내면을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교사로서의 부족함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처' 알 수 없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살면서 깨달은 진실은 인생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무자비한 생존게임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까지 보았던 제자가 하루아침에 오토바이 사고로 떠나버린 것, 새파랗게 젊은 대학교 후배가 느닷없이 돌연사를 해버린 것도 내겐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비극었다. 도대체 누가 앞날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렇게 나의 '미처 '를 변명하고 외면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의 실수와 잘못들을 까맣게 덮어놓은 채 살아왔다.  


 그때는 미처 몰랐으나 지금은 알게 된 것들을 떠올리면 우리 가슴은 깊은 회한으로 멍이 든. 진작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오늘도 나는 똑같은 실수들을 무수히 반복하게  것이다.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미처' 위험을 모른 채 불속으로 뛰어들 것이, 마지막인지도 모를 순간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소중한 누군가의 곁을 무심히 스쳐 지나갈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면서 또다시 먹먹한 변명을 한다.

 그때는 내가

 미, 알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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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인생

#미처 알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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