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하여. 또는 그 위에 보태어. - 어떤 기준보다 정도가 심하게. 또는 그 이상으로.
성공과 실패.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는 두 단어이다. 성공이 뭐고 실패가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것은 행복과 불행이 뭔지 가르는 것만큼이나 기준이 모호하고 지극히 주관적이며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주변에선 끊임없이 '더' 큰 성공을 위해 달리라고재촉한다.방문을 쾅쾅두드리거나어깨를 툭툭치기도하고느닷없이얼굴에찬물을확끼얹기도한다. 정신이 번쩍 들어 주변을 돌아보면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로냅다달리고있다.그럼나도 뒤질세라 일단은 뛰고 본다. '근데우리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요?'
외적인성공이란 아마도 자신의 능력으로 부와 입신양명을 한꺼번에거머쥔 상태를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내적인 면도외적인조건 못지않게 중시하므로내면을건강하고 단단하게 가꾸어야 한다.몸이 아프면 성공은커녕 삶을제대로 유지하기도 힘드니 육체의 강건함도 지켜야 한다. 가정이 무너지면 성공도 무의미해지니 아무리 바빠도가족들을살뜰히챙기고 보살펴야 한다. 어느한 구석도빈틈을허용해서는 안 된다.그래야만 인생을성공이라고 하는 지점 어딘가에 무사히 안착시킬 수있는것이다.
더, 노력하라는 말의채찍
더, 성공할 수 있다는 허상의 유혹
실패를 갱신만 하던 나는 어느 날 문득 길을잃었다.
완벽한 성공에도달한 사람이세상에과연얼마나 있을까? 잘하는 게 있으면 어딘가부족하거나 모자라는 부분도있기마련이다. 애초에 완벽한 성공이란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는늘고지가 보일 듯 말 듯한 언덕배기 어디쯤에서허무하게미끄러지거나굴러 떨어지고마는 평범한 아무개일 뿐이다. 그래서누군가내게 이런 말을해주었을 때 아주 큰위로가 되었다.
'성공하려고 하지 말고 더 나은 실패를 하면됩니다.어제의 실패보다 더 나은 실패를했다면 그게곧 성공인 겁니다.'
일, 사랑, 결혼, 육아, 건강,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남들이 자랑하는 화려한성공담들은왠지나와는거리가 먼 이야기로만느껴진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내 인생에도 소소한 성공은 늘 있어 왔고 숱한실패역시거듭되어 왔다.오늘 아침 김밥을 쌀 때조차도나는 얼마나 많은 성공과 실패사이에서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했던가?계란을부칠 때마다늘 완벽한 색깔과 모양을꿈꾸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시시하지만 결코 사소하지는 않은 일상속에서우리는 쉼 없이성공과 실패를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요즘나로 하여금 가장 많은 실패를 맛보게 하는 것은단연코 '글쓰기'이다. 사는 동안 여러번의 취업 관문을통과해 냈고 그럴 때마다성공이라는 감정에 흠뻑도취되기도했었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새롭게 들어선 글쓰기의세계에서는이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실패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글쓰기는나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성공이냐실패냐를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 또 뚜렷한목표지점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기도 힘들다.물론 공모전에서수상을 하거나 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객관적인기준으로성공에 도달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글을 쓰는사람들은 알 것이다. 자신의 글에서 느끼는 성공이나실패의 감정이 반드시 그런 외적 성과와 일치하지는않는다는걸...
나는 계속해서 글쓰기에 실패하고 있다고 느낀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어떤 지점에 다다르지 못하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지않는 까닭은오늘의 실패가어제보다는조금 더 나은 실패일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이다. 단편소설 하나를 탈고할 때마다 나는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커다란 좌절감에 빠져든다. 미지의 벽 앞에 서서 밖으로 나갈 문을 찾지 못한 채 하염없이 헤매고만있다는 걸 자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모든 걸 새롭게 다시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실패를 뒤로하고 이번보다 더 나은 실패를 맞이하기 위해 기꺼이고통을 감내하기로 작정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더 나은 실패가 무엇인지정확히알지는못한다.다만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점이 있을 거라고 막연히 기대할 뿐이다. 어쩌면 영영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르지만 실패가 지닌 저력을 믿으며 스스로를 독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실패들이 결국은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라고우기며 나 자신을응원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한계와 약점을누구보다도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실패를겪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패를 양옆구리에 목발처럼끼고걸어가는 이 길이 마냥 두렵거나 싫지만은 않다.
글 쓰는 방법을 배운다면 잘 쓸 수 있게 될까? 소설 작법, 시 작법 같은 게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요령부득이라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건 계속해서 쓰고 또 쓰는 것에 달려 있다. 한 편의 소설을 쓸 때마다 실패의 경험이 한 번씩 더 쌓일 테고 그 안에서 스스로 더 잘 쓰는 법을 터득해나가야만 한다. 사실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지 말고 그냥 '더' 해보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다. 도저히 보이지 않던 문이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고 절대로 잡히지 않던 문고리가 덥석 내 손안에 들어오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더!
실패에 두들겨 맞으면 맞을수록 어떤 실패도 버틸 수 있는 맷집이 생긴다는 게 실패가 지닌 진짜 힘이다. 그리고 더 나은 실패의 미덕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덤비는 투지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더 나은 실패를 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를 맹인처럼 더듬거리며 찾아 나선다. 앞은 깜깜하지만 휘젓는 손 끝에 닿은 그 무언가가 나로 하여금 단 한 발짝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진정한 실패를 배우고 있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