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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돈 워리 08화

5분

소위의 토요 초단편 소설 8

by 소위 김하진

상황실에서 지령이 왔다.

“A동, 70대 남성 심장 이상 환자 발생”

차량 내 단말기에 사고 위치와 환자 정보가 떴다. 순구는 단박에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했다.

집에 도착해 보니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안으로 재빨리 달려 들어갔다. 노인은 안방 침대 위에 못처럼 박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술 냄새가 얼굴을 훅 덮쳤다.

“어르신, 또 허위 신고하신 거예요?”

“아니야, 아깐 진짜 숨을 쉴 수가 없었어.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야. 그 새 뭔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쩔 뻔했어?”

“죄송해요. 신고를 받자마자 최대한 빨리 달려온 겁니다. 그럼 지금은 괜찮아지신 건가요?”

“응, 이제 숨은 쉴 수 있어. 다음에 전화하면 더 빨리 와야 해.”

“네, 어르신.”


그는 노인을 절대로 타박하지 않았다. 이렇게 허탕을 친 게 이미 열 번도 넘었다. 하지만 그는 노인이 백 번을 불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때를 대비해 모르는 척하면 안 된다고 다짐할 뿐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늦고 싶지 않았다. 그는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상 대기 상태로 살았다. 그만큼 현장에 빨리 갈 수 있는 구급대원은 없었다. 자기 삶의 5분을 포기해서라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런 그를 보고 동료들은 뒤에서 수군거렸다.


“자기만 구급대원이야? 왜 저렇게 유난을 떨어?”

“밥은 먹고 똥은 싸야 할 거 아냐, 구급대원은 인간도 아냐?”

모두가 그와 함께 근무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그는 성에 차지 않았다. 아무리 서둘러도 5분 늦게 도착하는 일은 발생하곤 했다. 그들이 5분을 기다리지 못한 건지, 그가 5분을 늦은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게 자기 탓인 것만 같았다.


여덟 살 때, 순구는 슈퍼맨이 되고 싶었다. 보자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동네방네 뛰어다녔다. 어둠이 내려와 그만 집에 들어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악착같이 버텼다. 쉬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 정말로 하늘을 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슈퍼맨처럼 지구를 들어 올리는 무적의 영웅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비 오는 날 거리에서 벼락을 맞든, 외계인의 우주선에 끌려가 생체 실험을 당하든, 어디에선가 우연히 마법의 망토를 줍든. 어떤 방법으로든지 무조건 슈퍼맨이 되어야만 했다. 아슬아슬한 삶과 죽음의 경계 사이에서 마지막 5분을 삶의 방향으로 돌려놓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가 5분만 일찍 집에 도착했더라면 119에 전화를 빨리 걸 수 있었을 것이다. 5분만 서둘러 응급실에 갔더라면 엄마는 죽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의사는 엄마의 싸늘한 주검 앞에서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5분만 빨리 왔어도 살 수 있었을 텐데…….”

순구는 자기가 무엇 때문에 5분 늦게 집에 갔는지를 떠올렸다. 문구점에 들려 딱지를 구경한 것도 아니었고 놀이터에서 철봉 매달리기를 하며 놀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느라 늑장을 부린 것도 아니었다. 단지 배가 아파서 똥을 쌌을 뿐이었다. 화장실에서 힘을 주던 그 5분이 엄마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후로 그는 밥을 먹는 데도 똥을 싸는 데도 절대로 5분을 넘길 수 없었다. 엄마의 5분을 지켜주지 못한 대신, 지구에 있는 수많은 사람의 5분을 구해주기로 했다. 슈퍼맨은 되지 못했기에 구급대원이 되었다.


* 나머지 내용은 아래 링크한 '밀리의 서재' 에서 읽어 주세요. 이 단편집은 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일부 비공개 처리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소설이 마음에 드신다면 '밀리의 서재'에서 좋아요와 댓글, 밀어주기 부탁드립니다!

https://short.millie.co.kr/oehnca


* 대표 이미지는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의 아기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성 크리스토퍼(Bosch Saint Chrisopher Carrying The Christ Child)입니다.




2025년 5월 30일 소위 김하진 작가의 에세이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여전히 잊지 않고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래는 유튜버 '책 읽는 윤슬' 님께서 새롭게 올려 주신 책 소개 영상입니다.


https://youtu.be/e2-n0gVFgAA?si=76JLcSfrlgEbZs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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