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 제인, 성춘향

by 백정순

투어는 언제나 즐겁다. 가이드를 동반한 나홀로 투어는 첫경험이다. 빌라의 오너인 푸투가 가이드가 되어 우붓의 명소를 한나절 둘러보았다. 부부는 함께 빌라를 운영하며 주말엔 홀리맨 코스를 듣는 신실한 힌두교도다.


좁고 구불구불 가파른 우붓의 길을 요리조리 능수능란하게 운전해내는 그는 내가 본 최고의 드라이버다. 어딜가나 녹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정글과 어우러진 테라스 라이스필드 (계단식 논), 성스러운 사원, 가슴이 뻥 뚫리게 시원하게 쏟아져내리는 폭포, 각양각색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커피농장.


테라스 라이스필드를 배경으로 성춘향이 되어 창공을 훨훨 날며 그네도 탔다. 발리스윙은 여자들에게 인기만점이다. 그네를 타는 순간 그녀들은 강림한 천사가 된다. 푸투의 친절하고 세세한 설명 덕에 발리의 전통, 문화, 역사에 한걸음 다가선 기분이다.


어릴때 TV로 <타잔>을 보며 나도 한번쯤 정글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유치한 소망을 가졌다.

지금 이곳 발리에서 정글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타잔과 치타처럼 완전 자연인과는 거리가 멀지만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을 감을때까지 정글을 보며 사니까 말이다.


투명한 모기장이 쳐진 공주 침대에서 음악을 듣고, 영화도 보고, 읽고 쓰며 잠시 우아한 일상을 영위하다보니 가마솥 더위속에서 고투하고 있을 가족이 떠오른다. 가슴이 저리고 불편해진다. 렛잇고! 3주간 내 삶은 여기에 있다. 통화할때 마다 오히려 아들의 음성은 생기가 넘친다. 그들도 나에게서 해방을 맞아 휴가의 밀월을 즐긴다.


어젠 사장님 꼬맹이 둘과 수영하며 물장구치고 놀았다. 내 두 녀석들처럼 터울이 많이 나는 그들을 보노라니 투명한 행복감이 차올랐다. 아이들이 어릴 땐 물놀이를 하던, 나들이를 하던 내 온 세포가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긴장하던 나날이었다. 이제 나는 순전하게 아이들의 미소를 온몸과 마음으로 즐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 에고, 에고!



#발리 #우붓 #프라이빗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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