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 있는 사누르 당일치기 나들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을 먹고 그랩 택시를 콜했다. 6분이면 도착한다는 메시지에 준비를 마치고 대기했다. 그로부터 한시간을 기다리고 취소 버튼을 눌렀다. 이 아침 러시아워 지옥을 뚫고 이곳까지 와줄 택시가 말랐다. 여기에서 한시간 가량 걸리는 사누르 방문을 목요일로 미루고 픽업 예약을 했다.
장거리를 가려면 필히 차량 예약을 해야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 내 어리석음을 탓하며 토요일 공항 픽업도 함께 예약했다. 발리에서 교통지옥을 경험해보지 못한 자들이여. 언제 어디서든 바로바로 달려오는 우리의 카카오 택시를 생각하지 마시길. 한국에 있었다면 마음이 쫄깃해지고 발을 동동 굴렀을 상황도 이 힐링의 섬에선 용서가 된다.
우붓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이 빌라에서 3주를 묵어간다.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시내와도 꽤 떨어져 교통은 불편한 편이다. 그럼에도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니 그 조차 어여쁘다. 이제 너무나 익숙해진 동네 개들, BTS를 좋아하는 구멍가게 아가씨, 단골식당 직원들의 환한 미소, 가족처럼 느껴지는 빌라 스텦들을 볼 일도 며칠 남지 않았다.
간밤의 꿈속에서 덩치가 대빵인 동네 개가 나에게 다가와 덥석 안겼다. 어릴적 개한테 쫒긴 트라우마로 아직도 개가 두렵기만 하다. 꿈에서도 밀착 포옹하는 개가 나는 무서웠다. 소름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눈을 떠보니 잔잔한 서운함과 슬픔이 이불 틈새로 감겨왔다. 짧지만 더 없는 안식을 주었던 이곳과 작별을 준비해야하는구나. 커피를 마시며 밝아오는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이 곳과 작별할 준비가 되었는가. 향수병이고 뭐고 아예 눌러앉을까. 자연을 벗하며 느긋이 살 때도 되지 않았나. 아직, 아닌가.
#발리 #우붓 #나홀로여행 #작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