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관한 개똥철학

by 백정순

간밤에 요가원 매니저 와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수업 시간 변경을 할 수 있겠냐고. 신입 요가메이트 스케쥴때문이란다. 오늘은 또 어떤 특별한 친구가 오려나 설레는 맘으로 요가를 갔다. 발리는 처음이라는 도쿄 사는 40대 짱짱한 아가씨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꾸준히 해 왔고 짧은 일정으로 발리에 온 목적은 오직 요가를 하기 위함이라고. 한 시간 넘게 빡빡한 수업이 끝나고 그녀는 진심 행복하게 깔깔 웃었다.


생강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눠보니 다부져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다소 허술했다. 우붓 시내 볼거리며, 환전하는 법 등을 시시콜콜 물어댔다. 나홀로 여행객에 특별한 애정을 느끼는 나는 성의껏 코치를 마다하지 않았다.(마치 고수인양!) 요가에 열정적인 그녀가 사랑스러웠다는 것도 플러스. 화장실에 간 그녀를 굿바이라도 하려고 한참 기다렸다. 뭐야, 왜 안 나오는거야. 한참 있다 나온 그녀가 기다려준 나를 보고 반색한다.


발리 화장실에 적응을 못하겠다며 휴대용 비데 이야기를 한다. 그런게 있냐니까 가방에서 꺼내 직접 보여준다. 처음보는 요상한 물건을 보며 일본인들은 위생에 예민한가 생각했다. 저 무거운 비데를 들고다니는 걸 보니. 물론 개인의 차이겠지만. 뭐, 대충 넘어가자는 성격인 나는 어딜가더라도 적응하자는 주의다. (나 복도에 발 디딜틈도 없이 오물로 넘쳐나는 이집트 삼등칸 밤기차도 탄 여자야!)


괜히 깔끔떨면 나만 피곤해질 수 있다. 어딜 갔는데 뭐가 엉망이더라 다신 안 간다. 꼭 이렇게 초치는 사람들을 보았다. 나와 다른 문화에 관대하지 못하면 그들에겐 돈 쓰고 시간 쓰는 여행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고 어릴땐 이 언사 힘차게 부르짖었다.


무거운 휴대용 비데를 챙겨다니는 그녀가 조금은 별나보였지만 그것도 개인의 취향이려니하고 이젠 슬슬 넘어간다. 이것도 나이가 주는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길을 걷다가도 무서워보이는 낯선이에게도 스스럼없이 인사하고, 묻고, 도움을 요청한다. 여행을 하는 동안엔 넉살 백 배다. 내 편에서 먼저 무장해제하면 거의 백퍼 상대방도 그리한다. 구글로 찾으면 될 것을 무조건 묻는다. 난 그게 편하다. 구글에 코 박고 있는 모습이 괜히 어리버리해 보인다. 낯선 사람과 접촉하기 싫으면 방구석 세계여행이 낫다. 내 개똥철학이다. 개똥철학도 나이가 드니 변한다. 더 관대해지고 넉살이 풍년이다.


#발리 #나홀로여행 #개똥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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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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