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상수가 아닌 변수다

by 백정순

현금도 찾고 사라스와띠 사원도 가볼 겸 우붓시내로 향했다. 예상대로 일요일 시내는 사람이 물밀 듯했다. 물의 궁전이라 불리는 사원은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연꽃이 만발한 연못으로 치장된 화려한 궁전에 넋을 잃었다. 아름다움과 평화만이 존재했다. 왕과 왕비의 보좌에 앉아 왕 없는 왕비가 되어 당당히 사진도 박았다.


황홀함에 잠긴 채 사원을 나와 맞은편에 보이는 ATM 부스로 향했다. 마지막 주에 쓸 현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카드를 꽂았다. 내 앞에 누군가가 꽤 긴 시간이 걸려 돈을 인출해가는 듯 했지만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 카드를 넣고 인출할 금액을 눌렀는데 아뿔싸 아무리 기다려도 반응이 없다. 다른 ATM 기에서 이미 인출을 두 번이나 해본 터라 필요이상으로 시간이 걸리는게 찜찜해지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싶어 취소 버튼을 눌렀으나 도무지 무소식이다. 이놈의 먹통이 내 카드를 먹어버린 거다. 옆 옷가게 점원에게 다급히 도움을 요청하니 은행은 일요일이라 쉬니 내일 가서 알아보란 말 뿐이다. 연이어 ATM 부스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 기계가 고장났다고 알려주니 다들 고마워한다. 고맙기는 개뿔, 니들 오늘 운좋은 줄 알아라.


우붓마켓에서 경찰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니 1킬로 걸어가면 ATM기 은행이 있으니 거기 보안요원에게 알아보라고 했다. 말이 1킬로지 우붓 시내 거리는 거의 인도가 없는 차,오토바이, 사람 지옥이다. 30도 넘는 더위에 그 아수라를 뚫고 은행에 당도하니 보안요원은 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없다. 망했다. 다행히 바로 옆 은행에 보안요원이 보이길래 도움을 요청했다. 아주 난감하고 불쌍해보이는 마스크를 연출하니 제 은행도 아닌 타은행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성심껏 통화한다. 화요일 아침에 은행에 가란다. 되려 미안한 얼굴이다. 고마워요, 젊은이!아휴, 내일도 아니고 모레라.


덥고 지친 몸과 마음을 일단 쉬기로 하고 점심을 먹으며 차분히 머리를 굴렸다. 결론? 40만원 남짓 남은 트래블카드를 사고 분실 처리했다. 진작에 그리 할 것이지 이 무슨 생고생이냐고. 수수료 붙는 신용카드 안쓰려고 그랬다.

다행히 여행물 좀 먹은 게 도움이 되었다. 혹시나 몰라 엑스트라로 챙겨 온 달러가 신의 한수다. 그것도 딱 4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디저트까지 두둑히 챙겨 먹은 후 환전소로 가 달러를 루피아로 바꾸었다. 그제야 날뛰던 마음이 평온해진다.


여행이란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이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기지도 경험에서 나온다. 여행은 상수가 아닌 변수다. 그러기에 매력적이다. 뭐 대단한 사고도 아니지만 일단 돈에 관련된 문제니 중요하다. 발리 가시려는 분들, ATM에 카드 먹히는 사례가 빈번하니 꼭 여분의 현금과 카드 챙기세요.


#발리 #나홀로여행 #우붓 #A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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