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색채

by 백정순

지난해 2주 머물렀던 치앙마이. 당시의 숙소는 콘도였다. 루프탑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를 갖춘 편의성 만점의 숙소. 걸어서 5분이면 대형마트와 야시장에다 20분이면 올드타운이 있는 더 없는 최적의 위치. 아름다운 샹그릴라 호텔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뷰까지 덤인 그 숙소에서 현관 문을 잠그면 나홀로 섬이 되었다. 오다가다 마주친 사람들도 거의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물가가 싸고 평화로운 치앙마이는 좋았지만 2주 동안 나는 철저히 고독했다.


그토록 오매불망했던 치앙마이에 와 일주일은 매일 남편에게 전화했다. 오십이 넘은 여자가 어린아이처럼 칭얼댔다. 그런데 이곳 우붓 빌라에 3주간 머물며 딱히 진한 외로움에 빠져든 적은 없다.

3층 짜리 빌라는 서로 정답게 오픈된 구조다. 내가 머무는 1층은 아름다운 정원을 마주한다. 정원엔 식당과 연못이 있고 2층엔 본채와 수영장을 면한 객실이 있다. 물 위에 누워 야자수와 논뷰가 어우러진 하늘을 보는 오후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질리지 않는다.


빌라 스텦들은 오가며 늘 정겹게 인사하고 도움을 준다. 식사 때마다 만나는 이국의 여행객들과의 스몰토크도 재미가 쏠쏠하다. 3층 팬트하우스에 머무는 미국인 가족은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매일 아침식사를 하며 마주하고 인사하며 대화하니 정이 든다. 백인 남편, 흑인 아내, 아이 셋, 시터 둘까지 대가족이다.


여행을 하며 느낀건데(어디까지나 개인적인!)보통 유럽인들은 눈이 마주쳐도 무뚝뚝하다. 인사도 신중하고 소심하다.(수줍어서 그럴수도)혹여 대화라도 하게되면 진지하다. 미국인들은 공통적이고 한결같다. 눈만 마주쳐도 헬로우, 하아유?대화라도 하면 신나서 어쩔줄 모른다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내뱉는다. 아주 개인적이라 들었는데 두 얼굴인가.


어쨌든 미국인들은 밝고 명랑해서 좋다. 너무 밝아서 부담스러운 경향이 없지 않다. 그래서 무언가 부탁을 하기에 불편해진다. 반면 영국인이나 프랑스인 같은 유럽인들은 무뚝뚝하나 뭔가 상대방이 부탁을 하면 되든 안되든 끝까지 책임을 다하려 한다. 뭐 캐바캐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이다. 여행은 만남이고 느낌이다. 돌아서서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색채로 남는다. 이래서 나는 여행에 중독되었나보다. 커피랑 나홀로 여행을 언제 끊을 수 있으려나.


#발리 #우붓 #나홀로여행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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