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이 바다를 즐기고자 사누르 당일치기를 했다. 교통지옥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했다. 우붓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사누르까진 대구서 포항 쯤이라고 하면 될까. 끝없이 길게 이어진 해변 산책로에 고급 호텔, 쇼핑몰, 카페, 식당이 즐비하다. 짱구나 꾸따에 비해 혼잡하지 않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은퇴한 서양 노부부가 많이 보인다. 동네는 부촌으로 보이는데 물가는 우붓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이다. 내가 머무는 깡시골보다 커피가 반값이잖아. 젠장! 물가를 감안하면 턱없이 비싼 제 나라보다 은퇴해 귀족처럼 이곳에서 느긋이 사는 것도 괜찮겠다. 옆 테이블 은발의 할머니가 칵테일을 홀짝홀짝 마신다. 수다와 함께 시원한 빈땅맥주, 달콤한 칵테일을 마시며 에메랄드 빛 바다를 응시하며 오후를 보내는 삶. 이곳이 파라다이스로구나.
나? 모르겠다. 아직은 이렇게 살고싶진 않다. 배부른 소린가. 일하고 늦둥이 막둥이도 더 케어해야 한다. 할머니가 되어도 소일거리하며 용돈도 벌고 싶다. 그거야 건강이 허락해야 하겠지만.
물가는 최고로 비싸지만 발리의 로컬 문화를 체험하고 느끼기엔 우붓도 그만이다. (그래도 속이 쓰리다)
네덜란드가 식민지 시절 발리에서 이곳 사누르를 관광지로 가장 먼저 개척했단다. 그러고보니 집들도 유럽풍이다.
구름이 점점이 떠 있는 바다, 해변, 반얀트리를 눈에 담노라니 울컥해진다. 이리도 아름다우니 왜 눈물이 나지 않는가.
줄줄이 횟집이 늘어서 있는 우리네 바다와는 다른 풍경이니. 나도 연금 빵빵하게 나오면 노후에 여기서 살아보고 싶단 생각도 들지만 초라한 자영업자의 현실을 직시하며 달콤 쌉쓰름한 커피를 들이킬 뿐이다.
천국도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지는 법이다. 견딜 수 있는 지옥도 삶의 애착과 의지를 선사하니 내 삶도 나쁘진 않다.
이제 하루 남은 일정에 이곳 사누르비치에서 느긋이 풀어헤친 마음을 다시 거두어들인다.
나는 내 천국으로 돌아가리니 그대들도 이곳 천국에서 모두 안녕하시기를.
#발리 #사누르 #나홀로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