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 일정이라 생각하니 종일 기분이 가라앉는다. 날씨도 때맞춰 우중충하다. 그러다가도 곧 화창해지는 게 이곳 날씨인데 내 기분을 아는지 오늘은 종일 흐리다.
요가 마지막 수업을 했다. 일대일 수업이 이어지니 재미는 덜 하지만 평화롭기 그지없다. 선생님도 나도 오직 서로에게만 집중하면되니까. 보통 여행객들은 단기로 1~2회 수업을 하고 떠나길 반복한다. 나같은 장기 수강자는 드문편이다. 물론 몇 달이나 일 년 정도 거주하며 아예 요가 지도자 코스까지 밟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꾸준한 장기 수강자에 속한다. 적어도 이곳 신설 요가원에선 그렇다.
나랑 함께한 요가메이트들도 기껏 두어번 정도가 오래 본 것이니.
오늘은 치유중심으로 특별히 수업이 진행되었다. 어깨가 안좋은 나를 위해 마사지, 지압도 중간중간 해주신다. 선생님은 8년간 요가를 가르쳐왔고 마사지사도 겸업을 한다. 본인의 말로는 테라피스트다. 치유사라. 멋진 직업이다. 부인은 은행에서 일하고 본인은 집에서 공예품에 그림도 그린단다. 테라피스트이자 아티스트다. 재주가 많아서 부럽다고하자 수줍어하신다.
나는 다시 회색의 아파트촌으로 돌아간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생님은 진지모드로 이곳 정글과 논뷰를 잊지말라고 한다. 이 초록의 자연은 늘 자신의 몸과 마음의 치유자라고 하며. 당연히 못잊을거다. 짧은 머무름이지만 발리는 내 사랑이다. 동경이다.
어릴때부터 발리의 별칭이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신들의 정원'. 여행사 프로그램에서 항상 눈에 띄는 문구. 얼마나 매혹적인 별칭인가. 말그대로다. 숨을 들이마시면 향기로운 공기가 코끝을 맴돈다. 집집마다 모시는 사원에서 피우는 향과 꽃냄새가 뒤섞여 내 오감을 황홀하게 한다.
산책을 하다보면 이른 아침 화려한 사룽을 두른 여인들이 향을 피우고 소담스러운 열대의 꽃을 바친다. 그들 자체가 꽃이다. 그들의 정갈함에 어우러지는 활달한 미소. 내가 사는 동네에선 결코 볼 수 없는 그 평화롭고 여유로운 미소. 고된 노동에도 여유와 품격이 이들의 얼굴에 어려있다.
떠날 땐 늘 가슴이 먹먹하다. 집을 떠날 때, 여행을 마무리하고 떠날 때, 떠남은 만남을 기약하지만 먹먹한 가슴은 한동안 그곳에 머무르려한다. 그럼에도 감사하다. 이 여행 동안 공포에 떨었던 발리밸리도 (발리 여행객이 잘 걸리는 식중독)겪지 않았고, 아름다운 동네에 머무르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모두모두 감사하다. 하이 발리! 바이 발리! 다시 만날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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