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 총정리
미국 생활 2년 차에 접어들었던 2017년,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왔다.
오로라가 보고싶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마침 아이슬란드 국영항공사인 와우 에어(Wow Air)를 통해 수하물 포함 한 사람당 400달러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아이슬란드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아이슬란드 여행지는 수도인 레이캬비크(Reykjavik) 주변에 몰려있다.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골든 서클을 비롯해, 빙하 하이킹을 할 수 있는 스카프타펠도 수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래서 3박 4일 일정으로 골든 서클을 포함해 스카프타펠, 블루 라군 등을 즐기는 게 보통인데, 특별한 걸 원했던 우리는 섬을 한바퀴 도는 링로드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9박 10일의 아이슬란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슬란드 링로드 여행은 최소 1주일이 걸리는 강행군이다.
아래는 링로드 여행의 자세한 일정이다. 중간에 고래 투어와 오로라 헌팅 때문에 일정이 조금 바뀌었지만, 대체로 일정을 따랐다. 10월 초의 아이슬란드는 금방 어두워지기 때문에, 이동시간을 고려해 일정을 짜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사실 링로드 여행 중에 했던 고래 투어라던가 오로라 헌팅 등은 주요 관광지가 몰려있는 섬 남서부에서 모두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가성비를 생각하면 링로드 여행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좀 더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다는 점, 소박한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 링로드 여행으로만 볼 수 있는 여행지들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링로드 여행의 매력도 충분하다.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좀 더 깊게 즐길 수 있다.
소박한 작은 마을들을 구경할 수 있다.
링로드 투어로만 볼 수 있는 관광지들이 있다.
일정이 길어지기 때문에 가성비가 떨어진다.
대부분의 관광지는 남서부에 위치해있어서 굳이 링로드 투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슬란드 링로드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링로드 여행의 장단점을 잘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결국 개인의 선택이지만, 일반적인 남서부 여행만 하더라도 아이슬란드의 60-70%를 충분히 즐길 수 있으므로 링로드 여행은 모두에게 추천할만한 여행 방식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섬을 한 바퀴 도는 여행은 우리에게 하나의 도전이었고, 아름다운 아이슬란드의 자연과 함께한 그 시간들은 아직까지도 최고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먼저 렌터카와 숙소를 정해야 한다.
골든 서클을 비롯해 남서부의 주요 관광지만 보는 일정이라면 렌터카보다는 여행사를 통해 투어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서인지 남서부를 여행하는 동안에는 투어버스를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링로드 여행에 렌터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기차나 고속버스 등의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을뿐더러, 최대한의 기동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숙박의 경우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제외하고는 호텔이라 부를만한 것이 마땅치 않은 작은 마을들이 많다. 유럽에서 흔한 배드 앤 브랙퍼스트(Bed and Breakfast, B&B)도 비수기인 10월 초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합리적인 가격의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의 조사 끝에,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많은 이들이 아이슬란드에서 "캠핑 여행"을 하고 있었던 것! 호텔이나 비앤비 대신, 아이슬란드 전역에 위치한 캠핑사이트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아이슬란드 전역에는 250개가 넘는 캠핑사이트들이 존재한다.
일부 캠핑사이트는 공짜이지만 샤워시설과 같은 편의시설이 구비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캠핑사이트들은 10-20유로 정도의 이용료가 있지만, 샤워실 같은 편의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편리했다.
캠핑사이트의 정보는 아래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 캠핑사이트 정보: https://www.camping.info/en/search-on-map?area=-23.554687,66.026947,-13.007813,63.881809&zl=8
아이슬란드에서 캠핑 여행을 하는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캠핑카를 빌리는 법
2. 렌터카 + 텐트의 조합
3. 캠퍼밴을 빌리는 법
캠핑카를 빌리는 것의 장점이라면 역시 편의성과 프라이버시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캠핑사이트의 시설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캠핑카 내부에서 샤워와 조리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으니 무척 편리하다. 아이가 있는 가족들의 경우 캠핑카를 빌려 여행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먼저 캠핑카를 옵션에서 제외했다.
우선 대부분의 캠핑카가 매뉴얼, 즉 수동 변속 차량이었다.
둘 다 1종보통 면허가 있었지만, 메뉴얼 차량을 운전해 본지가 벌써 10년도 더 되었기 때문에 운전하는 데 있어 애로사항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링로드 여행의 일부 구간은 비포장 도로이고 가파른 절벽길도 있기 때문에 운전에 아주 능숙하지 않다면 캠핑카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아이와 여행을 하고, 길이 잘 포장되어 있는 아이슬란드 남부만 여행을 하겠다면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텐트를 차에 싣고 다니며 캠핑 사이트에 텐트를 설치하고 숙박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상당히 많은 수의 여행객들이 선택하는 방식이었는데, 10월의 아이슬란드는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지만 상당히 춥기 때문에, 캠핑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추천하는 방식은 아니다.
우리 또한 캠핑에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결국 이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캠퍼밴이란 미니밴의 뒷 좌석을 개조해 미니 캠핑카처럼 만든 것을 말한다.
뒷좌석의 의자를 들어내거나 접어서 매트리스를 깔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많은 수납공간을 자랑하고 밤새 문제없이 돌아가는 히터를 별도로 설치해 놨다.
캠핑카와 비교하자면 차량 내부에 샤워실, 화장실, 부엌 등이 없기 때문에 캠핑사이트에서 편의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오토매틱 차량이다 보니 운전하기가 편했다.
쉽게 말하면 첫 번째 방식과 두 번째 방식의 중간이라고 볼 수 있다. 캠핑카만큼의 편의성은 없지만 텐트보다는 훨씬 편하고, 가격 또한 캠핑카보다는 저렴하지만 렌터카 + 텐트 조합보다는 비싸다.
그렇지만 캠퍼밴의 깜찍한 외모와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여행방식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캠퍼밴을 선택하게 되었다.
캠핑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일정의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숙소를 따로 잡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일정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오로라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는데,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던 6일째 되던 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오로라를 보러 갔다. 오로라를 본 후에는 근처의 캠핑사이트에서 숙박을 해결했다. 숙소가 정해져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다.
아이슬란드는 악명 높은 물가로도 유명하다. 혼자 먹어도 부족할 굴라시 작은 컵 하나가 당시 돈으로 20달러가 넘었으니, 식사만 직접 해결해도 많은 돈을 아낄 수 있다. 또한 레이캬비크를 벗어나면 제대로 된 식당이 없는 마을도 허다하다. 어떻게 보면 링로드 여행을 하는데 캠핑 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관리가 잘 된 캠핑사이트라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이용을 하다 보니 청결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비수기인 10월에도 레이캬비크 주변의 큰 캠핑사이트들은 아주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으니, 성수기에는 아마도 훨씬 더러울 것이다. 청결한 환경을 중시하는 여행자라면 캠핑 여행은 아주 힘든 선택이 될 것이다.
이렇게 링로드 여행을 하는 방법들에 대해 정리를 해봤다.
결국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무슨 방법을 선택해 여행을 하더라도 아이슬란드는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결코 후회하지 않는 여행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여행기에 앞서, 여행을 준비하면서 중요했던 점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봤다.
렌터카를 빌릴 때 업체에서 자갈 보험을 가입할 건지 물어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에도 없는 보험의 종류라 상당히 생소한데, 운전 중에 자갈이 튀어서 차량이 손상되는 것에 대한 보험이라고 한다.
길이 잘 닦여있는 아이슬란드 남부만 여행할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링로드 여행을 한다면 필수라고 본다. 비포장 도로도 상당하고 실제로 어떤 구간은 자갈이 마구 튀어 다니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한다면 자갈 보험은 가입하길 권한다.
실제로 우리가 빌린 캠퍼밴의 앞유리에 자갈이 날아와 박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자갈 보험을 가입했기 때문에 남부에서 북부로 넘어가는 최악의 비포장 도로 구간에서도 마음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링로드 여행을 할 때는 식당이 없는 마을을 지나가는 경우도 많고 있는 식당 또한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음식을 팔고 있다.
캠핑 여행의 장점이라면 역시 자체적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인데, 우리는 햇반과 라면을 거의 한 박스씩 가져가서 요긴하게 써먹었다. 물론 아이슬란드 슈퍼마켓 체인인 보너스(Bonus)에서 핫도그와 샌드위치 거리를 사서 여행 내내 요리를 해 먹었지만, 추운 날씨에 먹는 밥을 말은 라면 국물이 없었다면 여행이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여행 중에 아주 요긴하게 썼던 다른 아이템은 다름 아닌 보온병이다.
우리는 스텐리(Stanley) 사에서 나온 보온병을 가져갔는데, 캠핑사이트에서 물을 끓여 커피나 티를 담아놓고, 하루 종일 다니면서 마셨다. 날씨가 춥고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따뜻한 커피 한잔이 절실하게 당길 것이다.
이건 여행을 하는 도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캠핑사이트에 가보면 취식을 하는 곳 근처에 커다란 선반이 있고, 그 선반 위에 각종 향신료나 케첩, 머스터드와 같은 소스들이 놓여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여행객들이 슈퍼마켓에서 산 케첩 한 통을 캠핑 여행 중에 다 쓰는 경우가 무척 드물다 보니, 이렇게 공간을 마련해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큰 캠핑사이트에 유달리 많은데, 양이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다면 하나 정도는 챙겨도 무방하다.
우리도 머스터드 소스를 샀다가 남아서 결국 캠핑사이트에 기증(?) 하고 왔다. 아무래도 남들이 쓰던 것이라 아주 위생적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소소하게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로 오로라의 활동 레벨을 봐야 한다. 오로라 활동 레벨이 낮거나 아예 활동하지 않는 경우에는 당연히 오로라를 보기 어렵다. 몇 가지 오로라 어플이 있는데, 대부분 괜찮다. 아래 어플을 추천한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jrustonapps.myauroraforecast&hl=en_GB&gl=US
두 번째로는 날씨다. 오로라 활동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구름이 잔뜩 끼어있으면 오로라를 보기 어렵다.
따라서 먼저 오로라 활동 레벨을 파악하고, 구름이 없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아래 아큐웨더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을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https://www.accuweather.com/ko/is/national/satellite
마지막으로 빛이다. 아무리 오로라 활동이 높고 구름이 없다 한들 빛이 훤한 대낮에는 오로라를 보기 힘들다. 여름에 오로라를 보기가 겨울보다 힘든 이유는 단순히 낮이 길기 때문이다.
오로라는 계절을 불문하고 활동하기 때문에, 여름밤이라도 운이 좋으면 오로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낮이 길기 때문에, 낮이 짧은 겨울에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오로라를 실제로 보면 벅찬 감격이 느껴진다. 하늘을 수놓은 하얀색 커튼이 춤을 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얀색 커튼"이라니? 실제로 오로라를 보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초록색이 아닌, 하얀색에 초록빛과 붉은빛 등이 섞인 색으로 보인다. 사람의 감각이 카메라와 같은 기계와 다르기 때문. 게다가 아무리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도 밤하늘만 찍힐 뿐,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
이는 DSLR과 같은 카메라도 다르지 않은데, 오로라 자체에서 나오는 빛이 약하기 때문에, 찍는 법을 익히지 않고 가면 막상 오로라가 하늘에 출렁거리는데 사진 한 장 못 건지는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다.
야경을 찍을 때 삼각대가 필수이듯, 오로라를 제대로 찍으려면 삼각대는 무조건 가져가야 한다.
아래는 Adobe에서 제공하는 오로라 사진 찍는 법에 대한 간단한 가이드이다.
뿐만 아니라 폭포를 찍을 때도 요령이 있으면 좀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이 전부는 아니지만 작은 공부만 하더라도 훨씬 멋진 사진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
우리가 캠퍼밴을 빌렸던 렌터카 회사에서 각종 취사도구를 비롯해 휴대용 가스버너와 아이스박스까지, 캠핑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함께 대여해 줬다. 덕분에 프라이팬이나 식기류 같은 것들을 따로 챙길 필요 없이 짐을 줄일 수 있었다.
다만 설거지 또한 시간이 상당히 들기 때문에, 일회용 접시와 포크 등은 별도로 사갔다.
가스버너에 들어가는 부탄가스가 떨어져 슈퍼마켓에 가봤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몇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다. 부탄가스를 무조건 주유소에서만 팔게 한 유럽의 규제 때문에 그런데, 미세먼지 같은 팁이지만 우리처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주유소를 찾아보자.
아이슬란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이한 자연경관 때문에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나왔던 아름다운 도로를 실제로 달리면 색다른 느낌이 든다. 인터스텔라에 나왔던 빙하 위를 직접 걸어보고, 왕좌의 게임에 나왔던 협곡들을 보면 마치 영화나 드라마 안에 들어온 느낌도 든다. 역시 모르고 가는 것보다 알고 가는 것이 훨씬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 일정을 잡는 것부터 만만치 않은 여행 비용까지, 자칫 잘못하면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그렇게 스타트를 끊으면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여행을 완수해야 하는 과제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가 캠퍼밴을 선택한 것도 숙소를 찾고 체크인 시간에 맞춰 숙소에 도착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한 방편이었다. 직접 음식을 해 먹은 것도 결국 식당을 찾아야 하고 식비를 고려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줄여주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계획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계획은 오히려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움을 즐기는데 방해가 된다. 계획은 세우되,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는 유연함을 발휘해 여행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 내게 가장 최고의 여행지를 손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아이슬란드를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아이슬란드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특별함이 가득한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2만 년 된 얼음 위를 걷는 빙하 하이킹부터 오로라를 실제로 맞이하는 감격적인 순간까지...
함께 아이슬란드를 여행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