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자동차로 여행하기 (3)
폼페이에서 길을 나서 이번에는 아말피 해안으로 향한다.
아말피 해안은 보통 소렌토에서 시작해 포지타노까지 이어지는 절벽 해안도로를 말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피 선정,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명소에 당당히 1위로 꼽힌 곳이기도 하다.
아말피 해안에는 여러 도시들이 있지만, 우리는 소렌토를 기점으로 카프리, 포지타노, 라벨로를 여행했다. 여행하는 내내 신선하고 맛있는 해산물과 아말피 해안의 아름다운 절경, 남부 이탈리아의 따스한 햇살 덕분에 기분 좋은 여행이 되었다.
아말피 해안은 반드시 렌트카로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해안도로인만큼, 드라이브하면서 절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
여행 전에 아말피 해안에서 차를 몰기가 엄청 어렵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걱정했는데, 길이 좁긴 하지만 유럽 평균(?)에 비하면 그리 좁은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초보운전만 아니라면 운전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거두절미하고, 아말피 해안 여행의 시작은 자동차 이름과 파스타 전문점 이름으로도 유명한 소렌토에서 시작한다.
소렌토는 아말피 해안 북서쪽에 위치한 도시로, 넓은 전망과 아름다운 해안 경치로 유명하다. 소렌토에서 아말피 해안의 다른 도시들로 가는 배편을 이용하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한 방법일 것이다.
숙소에 차를 대고, 바로 시내 구경을 나서본다. 소렌토의 중앙 광장이라 할 수 있는 타소광장 바로 옆에 깎아지는 절벽길이 보인다. 여행 시작부터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절경이 펼쳐졌다.
걷다보면 절벽 아래로 Peter's Beach란 해변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물색깔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았다. 소렌토 시내를 구석구석 구경하느라 오후 대신 사람이 적은 저녁에 간단하게 물놀이를 했다.
이제 타소 광장을 지나 소렌토 상점가를 구경해본다. 목적지 없이 그냥 다녔는데도, 남부 이탈리아의 햇살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덩달아 아이도 신나서 흥얼거렸다.
구경을 하다보니 배가 고파 슬슬 밥을 먹으러 이동했다. 비앤비 주인장이 알려준 맛집들이 모여있는 곳은 바로 Marina Grande라는 곳. 타소 광장과 상점가에 있는 식당들보다 훨씬 서민적이고, 관광객들보다 현지인들이 훨씬 많이 찾는 장소라고 했다.
구글 맵에 마리나 그란데를 치고 한참 걸어갔다. 소렌토가 해안 절벽에 있는 도시이다보니, 바다로 내려가려면 절벽 아래로 가야했다. 나중에 배를 탄 항구인 Porto di Sorrento를 비롯한 저지대는 돈을 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수 있지만, 마리나 그란데는 걸어서 가야했다.
멋진 지중해 풍경을 기대하며 도착한 우리는 조금 평범한 항구마을의 풍경에 약간 실망. 그러나 음식이 저렴하고 너무 맛있어서, 행복도가 급상승했다. 이탈리아 여행 중 먹었던 음식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 왜 이탈리아를 미식의 나라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가볍게 물놀이를 한 후에 숙소에 돌아왔더니, 갑자기 시끌벅적한 소리가 난다. 전혀 몰랐는데, 우리가 갔던 날인 8월 15일이 다름 아닌 이탈리아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성모마리아 승천 대축일이었던 것!
물놀이를 하고 뻗어버린 아이를 숙소에 눕히고, 몰래(?) 빠져나와 불꽃놀이를 살짝 찍어본다.
아말피 해안 여행은 전반적으로 대만족했던 여행지였다.
소렌토는 부다페스트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의 추천으로 묵게된 도시였는데, 도시 자체가 작고 사랑스러울뿐더러, 포지타노처럼 너무 붐비지 않고 상업화도 덜 되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한가지 아쉬운 건, 다른 장소들을 여행하느라 정작 소렌토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점. 다음번에 남부 이탈리아 여행을 간다면 소렌토에서 길게 묵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예약해놓은 배를 타고 카프리로 향했다. 왕복 배편 예약은 아래 사이트에서...
소렌토의 항구라 할 수 있는 Porto di Sorrento에는 카프리뿐 아니라 포지타노, 나폴리와 같은 다른 지역으로 가는 배편도 있다. 그러나 배로 여행하는 것은 아말피 해안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쨋든 아침 일찍 항구로 나와 배를 기다린다.
왕복 티켓이 성인 둘, 4세 아이 하나 해서 120유로였으니, 결코 저렴하지는 않았다. 여객선도 상당히 평범한 편. 코로나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된 시점이라 그런지, 여객선은 텅텅 비어있었다.
그렇게 망망대해를 지나 드디어 카프리에 도착!
카프리는 남부 이탈리아의 유명한 관광지로, 고대 로마 제국 시대부터 아우구스투스와 티베리우스 등 많은 로마 황제들이 즐겨 찾은 휴양지도로도 유명하다. 섬 자체가 아름답지만 이만큼 아름다운 풍경은 유럽에 지천에 널려있다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곳을 찾은 이유는 다름 아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운 풍경인 "푸른 동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간단하게 크로아상 등으로 아침을 먹고, 푸른 동굴 (Blue Grotto) 투어를 위해 투어 사무실로 향한다. 그런데 투어 사무실은 몰려든 사람들로 완전 돗대기 시장... 간신히 직원들에게 대여섯번 물어본 결과 투어 보트를 타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예약은 아래 Get Your Guide 웹사이트에서 하면 된다. 소렌토에서 바로 출발하는 투어도 있지만 가능하면 왕복 유람선과 투어를 별도로 예매하는 것이 저렴할뿐더러 카프리 시내를 구경할 수도 있어 더 나은 것 같다. 다만 투어 사무실 운영이 엉망인 경우가 있어, 무조건 현지 업종 종사자(?)로 보이면 확실해질 때까지 여러번 물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https://www.getyourguide.com/blue-grotto-capri-l86030/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투어 보트에 올랐다. 여행기를 보니 작은 보트를 타고 동굴로 들어가는데, 우리가 탄 배는 제법 큰 유람선이라 조금 의아했었다. 그러나 그 의문은 금세 풀렸는데, 바로 큰 보트를 타고 동굴 근처까지 가서 작은 보트로 갈아탔던 것! 이 때 작은 보트 요금은 별도이므로 무조건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푸른 동굴은 보통 3월부터 10월까지 개장을 하는데, 기상조건에 따라 방문이 불가능한 날도 있으니 반드시 미리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다행이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아 푸른 동굴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푸른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가 너무 낮아 보트에 앉아서는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동굴로 들어갈 때 뱃사공뿐 아니라 손님들도 죄다 누워서 동굴로 들어가는데, 그 장면이 너무 재미있어서 영상으로 담아봤다. (도대체 이런 동굴을 어떻게 찾아낸걸까?)
동굴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바다색깔을 보고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굴 안으로 들어간 순간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동굴 바깥의 햇살이 들어오며 환상적인 푸른 빛이 동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우니,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본다.
그렇게 푸른 동굴을 관람하고난 후 유람선은 신나게 달려 카프리 섬 주변의 기암괴석들을 보여줬다. 푸른 동굴의 임팩트가 너무 강하기도 했고, 한국에서도 흔한 관광코스라, 그냥 시원한 바람을 쐬는데 의미를 두었다.
투어가 끝나고 항구 한 편의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식당과 해변이 연결되어 있는 형태로 식당 이용객들의 대부분이 식사를 하고 해변으로 나가 노는 구조였다. Ristorante De Gemma라는 식당으로 음식은 평범했지만, 분위기가 좋았다. 아래는 홈페이지...
지중해의 바다는 파도가 약하다보니 대부분 자갈이나 바위로 된 해변이 대부분이다.
카프리의 바다 또한 자갈 바다였는데, 자갈에 이끼나 수초등이 붙어있다보니,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백사장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약간의 도전이었다. 그러나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금세 적응하고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그렇게 물놀이까지 즐겼는데도 배시간이 남아, 급히 푸니쿨라 티켓을 사고 카프리 언덕을 올라 아우구스투스 정원으로 향했다. 어쩌다보니 배시간 늦을까봐 뛰게 된 것은 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코로나에서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인 2021년이라 사진에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해보이는데, 다른 포스팅을 보니 카프리도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참고하시길...)
어쨋든 후다닥 뛰어서 아우구스투스 정원(Giardini di Augusto)에 도착.
아우구스투스 정원은 카프리를 즐겨 찾았던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이름을 따 지어진 정원으로, 섬 중앙부에 위치해 카프리 섬의 자연환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정원에 아름다운 꽃과 식물을 심어놨는데, 우리는 카프리 섬의 절경을 즐기러 온 것이니 패스!
아우구스투스 정원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카프리 당일치기 여행은 끝이 났다.
돌아올 때도 갑자기 선착장이 바껴서 배를 놓칠까 엄청나게 뛰었다. 코로나 여파로 한동안 관광객이 없어서 그랬던 것인지, 제대로 안내해주는 직원이 없었던 것. 비록 카프리 여행은 혼란의 연속(?) 이었지만, 너무 아름다웠던 푸른 동굴과 자연 풍경 덕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