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자동차로 여행하기 (4)
소렌토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포지타노로 향했다.
소렌토에서 포지타노, 아말피나 살레르노로 가는 길을 보통 아말피 해안이라 부르는데, 내셔널 지오그래피에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할 명소 1위로 올랐을 만큼 절경을 자랑한다.
멋진 풍경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길도 좁고 구불구불해서 운전이 힘들다는 리뷰가 있었지만 막상 운전을 해보니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 한번씩 관광버스가 올 때마다 잠시 긴장하는 정도. 초보운전이라면 힘들겠지만, 10년 이상 운전한 베테랑 운전자라면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아말피 해안을 다니다보면 중간중간 차들이 주차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멋진 풍경들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핫스팟들이다. 우리도 중간중간 멈추며 사진을 찍었다.
포지타노 가는 길 중간에 호텔 겸 레스토랑에 들러 간단히 식사를 했다. 뷰가 좋고 음식도 괜찮았는데, 깜빡하고 이름을 기록해두지 않았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포지타노에 도착했다. 포지타노에 도착한 순간부터 고생길이 시작이었는데, 비싼 주차비는 물론이고 전 도시가 외길이라 길이 무척 막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명세 때문인지 소렌토에 비해 사람도 너무 많았다. 간신히 건진 사진 두 장...
개인적으로 포지타노는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별로였던 장소였다. 이유를 요약해보자면,
1. 길이 너무 막히고 주차가 어렵다. 실제로 포지타노 입구서부터 주차장을 들어가는데까지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주차장도 대부분 만차라 해변에서 꽤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해야했는데, 가격도 비싸고 관리도 엉망이었다.
2. 사람이 너무 많다. 아무래도 유명한 휴양지다보니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소렌토나 아말피 해안의 다른 마을들은 8월인데도 한적한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포지타노만은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3. 너무 덥다. 마을 자체가 절벽에 지어져 오르막이 무척 많다. 사람이 많은데다 오르막까지 있다보니, 같은 날씨였는데도 소렌토보다 훨씬 더 덥게 느껴졌다.
포지타노는 겉보기에는 정말 멋지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보니 돗대기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해변도 카프리나 소렌토에 비해 너무 붐비고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즐기기가 어려웠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여행지였다.
이제 아말피 해안 여행을 마치고, 로마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산 속의 작은 마을, 라벨로로 향한다.
라벨로는 아말피 해안의 다른 마을인 카프리나 소렌토, 포지타노에 비해 유명세가 많이 떨어지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찾아가기가 제법 힘들다. 구불구불한 절벽길을 한참 운전해서 가야하기 때문.
그러나 라벨로에 도착해 주차를 한 순간부터, 정말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일단 산 속에 있는 마을이다보니 한여름인데도 시원했다.
작은 마을이라서 반나절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우선 마을 중앙 광장으로 향한다.
라벨로 마을의 건물들은 대부분 돌로 지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소렌토나 포지타노와 같은 다른 남부 도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한 때는 인구가 2만 5천명까지 되었을 정도로 융성했는데, 지금은 2천 5백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광장을 지나 여기저기 하릴없이 둘러본다.
마을을 둘러보고 라벨로의 대표 관광지인 빌라 루폴로로 향한다. 라벨로를 대표하는 관광지는 빌라 루폴로와 빌라 침브로네가 있는데, 우리는 빌라 루폴로로 향했다. 남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페스티팔인 라벨로 페스티발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빌라 루폴로는 건물도 건물이지만 정원도 너무 예뻤다. 이탈리아 남부의 따스한 햇살 아래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정원을 걸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포지타노가 기대를 많이 했지만 실망한 곳이었다면, 라벨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너무 만족했던 곳이었다. 우선 산속 마을이라 그런지 공기도 맑고 한여름인데도 서늘했다. 게다가 세상 깜찍한 마을 풍경까지. 의외의 대만족을 주었던 여행지였다.
소렌토에서 시작해 카프리, 포지타노, 라벨로로 이어진 우리의 아말피 해안 여행은, 끊임없이 펼쳐진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한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특히 카페 같은데 앉아 이탈리아식의 달달한 아침을 먹고 있노라면, 이탈리아인들이 낙천적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여유롭고, 또 풍요로웠기 때문.
아말피 해안을 여행한다면 개인적으로는 한국인의 특징인 "빨리 빨리"를 버리고, 최대한 여유있는 여행을 즐기기를 추천한다. 최대한 많은 관광지를 찍고 돌아오는 방식의 여행을 한다면, 남부 이탈리아를 제대로 즐기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이번 여행에는 굵직한 곳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일정을 짜지 않았다. 소렌토는 조사도 하지 않고 도착해서 술렁술렁 도시를 구경하기 시작했고, 라벨로에서는 두 군데 관광지 중 그냥 땡기는대로 빌라 루폴로만 다녀왔다. 매우 실망했던 포지타노에서는, 해변만 살짝 구경하고 도망치듯 나왔다.
만약 아말피 해안을 여행할 계획을 짜고 있다면, 계획을 그냥 지우고, 소렌토나 라벨로 같은 마을에서 며칠 묵으면서, 쉬멍놀멍 여행해보는건 어떨까. 비운만큼 최고의 힐링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