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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자동차 여행 - 물의 도시 베니스

이탈리아 자동차로 여행하기 (6)

by 데카당스 Mar 01. 2024

어린 시절 컴퓨터 학원에서 즐겨했던 베네치아라는 게임이 있었다. 떨어지는 낱말을 키보드로 쳐서 부수는 단순한 게임이었는데, 게임의 배경이 되는 베네치아가 이탈리아에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라는 사실을 커서야 깨달았다.. 영화와 게임, 만화 등에 수도 없이 등장하며 모티브가 되었던 수상도시 베니스, 그곳에서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의 대미를 장식했다.


베니스 여행 개요


먼저 베니스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다. 수상도시답게 차 대신 배를 이용하는데, 여행자들은 버스 대신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바포레또(Vaporetto), 수상택시, 또는 관광객들을 위한 나룻배인 곤돌라를 이용한다. 현지인들도 배를 이용하는데, 건설용으로 기중기를 단 보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베니스에는 수상택시가 다닌다베니스에는 수상택시가 다닌다

자동차로 베니스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자동차 여행객들은 보통 베니스에서 기차로 한 정거장인 메스트레역에 차를 대고 기차로 베니스를 들어가거나, 베니스 섬과 본토를 잇는 리베르타 교를 건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면 된다. 우리는 기차로 갈아타는 것이 번거로워 베니스 섬 입구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오전 일찍 가지 않으면 무척 혼잡하고 심지어는 자리도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숙박의 경우 베니스 시내와 주변 도시의 가격이 배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자동차 여행의 경우 주변 도시에 묵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Borgo Ca Dei Sospiri라는 4성급 호텔에 묵었는데, 베니스까지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조식 포함한 가격이 80유로가 채 안될 정도로 저렴하고 4성급 호텔답게 내부도 너무 좋았다.


베니스를 여행할 때는 25유로짜리 바포레또 1일권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1회 승차권이 9.5유로이기 때문에 세 번만 타면 본전을 뽑을뿐더러, 부라노나 무라노 같은 주변 섬을 가는데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 베니스 시내는 도보로 하루면 충분하지만, 바포레또를 이용하면 훨씬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바포레또 노선도는 해석(?)이 어렵기 때문에, 구글 맵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바포레또 노선도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바포레또 노선도


베니스 시내 여행하기


베니스에 들어서자마자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났다. 역 근처의 구글 평점이 높은 레스토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먹물파스타가 유명하다는 Rio Novo라는 식당을 찾았다. 미국에서는 Yelp라는 어플을 이용해 맛집을 찾았었는데, 유럽에서는 구글 평점이 절대적이다. 리뷰 천 개 이상, 평점 4.5 이상이면 웬만해서는 후회하지 않는 편. 파스타 두 개와 관자 요리를 먹었다. 소렌토에서 먹은 것만은 못했지만, 제법 훌륭한 한 끼였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수상도시 베니스만의 독특한 풍경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수상도시 베니스만의 독특한 풍경
Rio Novo에서 먹었던 랍스타 파스타와 먹물 파스타Rio Novo에서 먹었던 랍스타 파스타와 먹물 파스타
관자 요리도 나쁘지 않았다.관자 요리도 나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바포레또를 타고 베니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했다. 베니스를 점령했던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 불렀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의 광장인데, 4면 중 한 면은 바다가, 나머지 3면은 두칼레 궁전, 산마르코 대성당을 비롯한 베니스의 주요 관광지들이 둘러싸고 있다.

베니스의 지도자인 도제(Doge di Venezia)의 주거지였던 두칼레 궁전베니스의 지도자인 도제(Doge di Venezia)의 주거지였던 두칼레 궁전
화려함을 뽐내는 산마르코 대성당화려함을 뽐내는 산마르코 대성당

산마르코 대성당을 본 후에는 정처 없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예전 배낭여행 때도 느꼈지만, 베니스의 진정한 매력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이 다니는 골목길이나 레스토랑, 카페와 같은 일상적인 풍경에 있었다. 베니스를 여행하걸랑 관광지에서 한 두 블록 떨어져 무작정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예상치도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베니스의 아름다움은 관광지가 아닌 일상적인 풍경에 있었다베니스의 아름다움은 관광지가 아닌 일상적인 풍경에 있었다
멋진 곤돌라와 뱃사공 또한 풍경의 일부였다.멋진 곤돌라와 뱃사공 또한 풍경의 일부였다.
해가 저물 무렵에는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갈 골목길도 멋진 풍경이 되었다해가 저물 무렵에는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갈 골목길도 멋진 풍경이 되었다

베니스는 보통 2월 초에 열리는 가면 축제로도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화려한 가면이나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기념품 가게는 보통 잘 구경하지 않는데, 베니스의 기념품 가게에는 독특한 물건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베니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화려한 형형색색의 가면들베니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화려한 형형색색의 가면들
독특한 기념품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독특한 기념품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탈리아 커피인 에스프레소 또한 빠질 수 없다이탈리아 커피인 에스프레소 또한 빠질 수 없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포기할수록 더욱 편해지기 마련. 유명한 관광지들을 둘러보는 것을 포기하고 운에 맡긴 채 정처 없이 걸었지만, 그러다 이름난 관광지를 마주치기도 한다. 베니스에는 유명한 다리가 몇 있는데, 그중 탄식의 다리와 리알토 다리를 볼 수 있었다.

감옥으로 이어져 죄수들이 아름다운 베니스의 풍경을 마지막으로 보고 탄식했다는 탄식의 다리감옥으로 이어져 죄수들이 아름다운 베니스의 풍경을 마지막으로 보고 탄식했다는 탄식의 다리
베니스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리알토 다리베니스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리알토 다리

특히 리알토 다리는 다리 자체도 멋졌지만,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해질 무렵 풍경이 엽서에 나온 것처럼 아름다웠다. 리알토 다리를 간다면 다리만 건널 것이 아니라 꼭 중간에 멈춰서 다리에서 보는 풍경을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다본 해질 무렵 베니스 풍경리알토 다리에서 내려다본 해질 무렵 베니스 풍경

베니스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Al Grill이라는 피오렌티나 (피렌체식) 스테이크 하우스였다. 무려 구글 평점 4.8의 맛집으로, 피렌체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피렌체식 스테이크를 베니스에서 맛보았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인생 스테이크에 등극했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꼭 가보시길...

인생 스테이크 맛집 알 그릴 (Al Grill)인생 스테이크 맛집 알 그릴 (Al Grill)
푸짐한 양에 소스 또한 맛있었다푸짐한 양에 소스 또한 맛있었다


형형색색의 건물로 눈이 즐거웠던 부라노 섬


베니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화려했던 산마르코 광장도,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다본 멋진 풍경도, 맛있는 스테이크와 파스타도 아니었다. 바로 아이유의 뮤비 배경으로도 유명해진 부라노 섬이었다. 베니스 본섬에서 한 시간 넘게 배를 타고 가면 부라노 섬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섬에 도착했을 때 들었던 느낌은... "조잡하다"였다.


그러나 마을 안으로 들어가 돌아다니다 보면 점점 부라노 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글보다는 사진으로 그 느낌을 전해보고자 한다.

어디서 찍어도 엽서처럼 찍히는 부라노 섬. 밝은 원색의 옷이 잘 어울릴 듯어디서 찍어도 엽서처럼 찍히는 부라노 섬. 밝은 원색의 옷이 잘 어울릴 듯
날이 맑아서 대충 찍어도 그림이 되었다날이 맑아서 대충 찍어도 그림이 되었다
다리 위에서 본 마을의 풍경다리 위에서 본 마을의 풍경
아이와 함께 그 사랑스러운 풍경 속을 걸어본다아이와 함께 그 사랑스러운 풍경 속을 걸어본다
눈을 뗄 수 없는 귀여운 기념품들도 관광객을 유혹한다눈을 뗄 수 없는 귀여운 기념품들도 관광객을 유혹한다
지름신을 부르는 아기자기한 기념품들ㅎㅎ지름신을 부르는 아기자기한 기념품들ㅎㅎ
가까이서 찍으면 더욱 멋진 사진이 나온다가까이서 찍으면 더욱 멋진 사진이 나온다
초록색 문과 보라색 벽, 그리고 꼬마의 환상의 콜라보초록색 문과 보라색 벽, 그리고 꼬마의 환상의 콜라보
베니스의 골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부라노 섬의 골목베니스의 골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부라노 섬의 골목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또한 멋졌다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또한 멋졌다


베니스 여행 총평


이탈리아란 나라는 정말 재미있다. 분명 같은 나라인데도, 어느 지역을 가느냐에 따라 마치 다른 나라에라도 온 듯 풍경이 제각각이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라는 나라로 통일되기 이전에는 정말 다른 나라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베니스는 모든 다른 이탈리아의 여행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라벨로와 소렌토였다면, 가장 독특했던 곳은 베니스와 부라노였을 것이다.


골목골목이 전부 특별했던 베니스 여행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10일간의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이 끝이 났다. 지금도 유럽에 살고 있지만, 이탈리아 여행은 "일상에서의 탈출"이란 느낌이었다. 오스트리아나 다른 주변 국가들을 여행할 때는 없었던 후유증도 겪었다.


다음에는 가면 축제에 갈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베니스 여행을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여행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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