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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여행

아드리아해의 숨은 보석

by 데카당스

동유럽 여행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일 것이다. 꽃보다 누나에 나와서 유명해진 크로아티아도 종종 떠오른다.


슬로베니아라고 하면 생소한 이름이다. 유럽 사람들도 종종 슬로베니아와 슬로바키아를 헷갈려하니, 그렇게 유명한 나라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드리아해의 숨은 보석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슬로베니아는 작지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행지였다.




슬로베니아 여행의 시작은 류블랴나 성에서


img.jpg 류블랴나 성에서 내려다본 아기자기한 류블랴나의 모습

부다페스트에서 4시간 반을 달려 류블랴나에 도착한 우리는, 에어비앤비에 짐을 풀어놓고 바로 류블랴나 성으로 향했다. 류블랴나 성 주변을 흐르는 강인 "류블랴니차 강"을 따라 드래곤 다리, 핑크색의 성프란체스코 성당, 프레셰렌 광장 등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다.


전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인 데다 차가 다닐 수도 없는 길이라, 에어비앤비에 차를 주차해 놓고 걸어갔다. 사실 유럽에 살다 보면 성당이나 성은 하도 많이 봐서 나중에는 다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류블랴나 성은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보통 유럽의 성과는 달리, 과거와 현대가 공존한 모습이었다.

img.png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류블랴나 성의 모습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카페에서 마시는 시원한 커피 한잔이 너무 좋았다. 유럽에 살면서 제일 좋아하게 된 건 역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잔이다.


한편으로는 엄청 추운 날씨에도 꿋꿋하게 선글라스를 끼고 밖에 앉아 차를 마시는 유럽인들을 보면 웃음도 나오지만, 화창한 날에 야외 좌석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나 커피는 유럽 생활의 정수가 아닌가 싶다.

img.jpg 류블랴나 성의 카페 풍경.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성에서 내려와 류블랴니차 강을 따라 식당과 카페 등을 구경해 본다. 사진이 개인적인 것뿐이라 퍼온 걸로 대신한다.

img.png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블레드(Lake Bled)


img.jpg 블레드 성에서 내려본 블레드 호수의 모습

다음 날 아침, 차를 타고 이번엔 약 한 시간 정도 달려 블레드 호수(Lake Bled)로 향했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 일찍 가지 않으면 차가 많이 막힌다.


블레드 호수 주변으로 온천이 나오는 호텔도 있다고 하는데, 류블랴나에서 한 시간 거리인 데다 슬로베니아는 류블랴나를 기점으로 여행하기가 좋기 때문에, 굳이 블레드에서 묵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먼저 블레드 호수를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블레드 성으로 가본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당시에는 주차할 때 현금만 받았다. 주의하시길...


성 자체는 크게 볼거리는 없었는데, 성에서 보이는 블레드 호수의 풍경이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사진에는 전혀 안 담기는데,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정말 "말도 안 되게 예쁘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던 것 같다.

img.jpg 하트 너머로 블레드 성이 보인다

빌라 프레셰렌이란 호텔에 딸린 카페에서 슬로베니아 맥주인 유니온 맥주도 마셨다. 호수가 잘 보일뿐더러 가격도 너무 비싸지 않아, 제대로 된 휴식을 즐겼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맥주가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img.jpg 시원한 맥주 한잔에 피로가 싹 가셨다.

이번에는 플래트나라고 불리는 전통배를 타고 블래드섬 한가운데의 섬으로 가본다. 섬 한가운데에는 수도원이 있는데, 사실 수도원 자체는 크게 볼 건 없었다. 그래도 깜찍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는 게 재미있었다.

img.jpg 슬로베니아의 전통 배인 플래트나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
img.png 배 위에서는 이런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은 구글 펌)

사실 너무 좋아서 첫날 블레드 호수를 갔다가, 마지막 날에 잠깐 다시 들렀다. 참고로 플래트나 선착장에는 주차장이 없다. 선착장 가기 전에 왼쪽에 상점가가 있는데, 그곳에 차를 주차하고 배를 타러 갔다.




알프스의 맑고 푸른 물 - 보힌 호수 (Lake Bohinj)


블레드 호수에서 20분 정도 차로 들어가면 보힌 호수가 나온다. 가는 도중에 날씨가 흐렸는데, 다행히 호수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맑았다.


보힌 호수의 장점이라면 아무래도 정말 맑고 푸른 알프스의 투명한 물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블레드 호수의 경우 아무래도 하류 쪽에 위치하다 보니 보힌 호수에 비해 물이 깨끗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상류에 위치한 보힌 호수는 그만큼 물이 깨끗해서,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하기에 무척 좋았다.

img.jpg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하기에 좋았다.
img.jpg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보힌 호수의 전경

물은 차가웠지만 알프스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즐기는 물놀이가 너무 좋았다. 다만 호수 바닥이 고운 모래가 아니라 자갈이라, 발이 아팠다. 아쿠아슈즈가 있었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드리아 해의 축복받은 항구도시 피란(Piran)


류블랴나에서 한 시간 반정도 남서쪽으로 차를 몰면, 아름다운 항구도시 피란(Piran)이 나타난다. 피란은 전망대에서 보는 뷰로 유명한데, 뷰만 예쁜 게 아니라 바다도 너무 맑고 아름다웠다. 해산물도 저렴하고 맛있었다.

img.jpg 피란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전망대에서 본 바다 뷰

바닷가를 따라 트래킹 코스가 있었는데, 트래킹 코스를 따라가며 바라봤던 바다 또한 너무 아름다웠다. 아드리아해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부시다.

img.jpg 아름다운 바다 위의 하얀 요트 한 대. 너무 부러웠다.

피란의 주요 볼거리는 반나절 정도면 모두 볼 수 있었다. 우리도 류블랴나에서 차를 몰아 반나절 코스로 여행을 했다. 대낮쯤에 도착해서 해산물을 먹고, 뷰를 보고 바닷가 산책을 하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다만 피란을 자동차로 여행해야 할 때 주의점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피란 시내에는 차를 가져갈 수 없다. 유일한 예외라면, 피란 시내에 주차장이 있는 호텔에 주차하는 경우이다. 그게 아니라면 피란 입구 쪽의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고, 버스를 타고 시내에 들어가야 한다.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무척 불편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피란 시내의 호텔에 묵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피란 시내에는 가파른 언덕이 많아서, 많이 걸어 다닐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전망대를 오르는 거리가 엄청 가파랐는데, 유모차를 끌고 오르려니 지옥훈련이 따로 없었다


편하게 택시를 타는 걸 추천한다...




포스토이나 동굴(Postojna Cave)과 프레자마 성(Predjama Castle)


아이슬란드에서 동굴 투어에 덴 이후(?), 동굴 투어라고 하면 썩 내키지 않는 여행 코스였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더워서 동굴은 좀 시원하지 않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과, 포스토이나 동굴은 스케일이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도전해 봤다. 가는 길이 조금 헷갈렸는데 어찌어찌 조금 늦게 도착을 했다.


줄을 서고 안에 들어가면, 기차를 타고 신나게 동굴 안을 달린다.

img.jpg 생각보다 빨라서 재미있었던 포스토이나 동굴의 기차 (어두워서 화질이... ㅜㅜ)

기차에서 내리면 본격적인 동굴 관광이 시작된다.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 투어가 진행되는데, 아이와 함께 가다 보니 자세하게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어 그냥 포기하고 발걸음을 옮겼다ㅜㅜ

img.jpg 생각보다 볼게 많았던 포스토이나 동굴
img.jpg 유명한 석순이라고 하는데, 아이와 함께 가다 보니 휙휙 지나가서 기억이 안 난다ㅜ

유럽에서 가장 큰 동굴이라고 하는데, 역시 볼거리도 많고, 관리를 워낙 잘해놔서 넓은데도 편하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사실 한 사람당 30유로 정도 하기 때문에, 결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그래도 시원한 동굴 안에서 편하게 외계 행성 같은 광경을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관람료가 아깝지 않았다. 한글 홈페이지 또한 잘 되어있다.


https://www.postojnska-jama.eu/ko/


동굴을 나와 이번에는 근처의 프레자마 성으로 향한다.


구글 지도가 문제가 있었는지, 한참을 헤매다 결국 프레자마 성이 문을 닫고 나서야 도착했다. 우리나라 드라마 흑기사에도 나와서 유명해졌다고 하는 성이다. 거대한 바위 굴 앞 절벽에 세워진 성인데, 실제로 보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성을 지었을지 궁금할 정도로 멋졌다.

img.png 동굴 절벽(?) 위에 지어진 프레자마 성의 모습. 천해의 요새처럼 보인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성이 이미 문을 닫아서, 외관 사진만 잔뜩 찍고 아쉬운 발걸음을 떼야만 했다.




류블랴나 시민들의 쉼터, 티볼리 공원(Tivoli Park)


여행 마지막 날, 오전 시간이 조금 붕 떠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류블랴나 시민의 쉼터라는 티볼리 공원에 들렀다. 사실 티볼리 공원이라고 하면 세계 최초의 놀이공원이라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티볼리 공원이 유명하다. 이탈리아 로마 근처의 휴양도시인 티볼리도 유명하다.


다른 티볼리(?)들은 가본 적 없지만, 마지막 날 티볼리 공원을 들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공원 자체도 사랑스러웠지만 이곳에서 인생 아이스커피를 찾았기 때문이다.

img.jpg 티볼리 공원의 사랑스러운 풍경
img.jpg 티볼리 성(Tivoli Castle)의 모습. 성에 있는 카페 비엔날레(Cafe Bienale)에서 인생 아이스커피를 만났다.
img.jpg 인생 아이스커피... 더운 날씨에 맛있게 먹었다.

티볼리 공원의 랜드마크는 티볼리 성(Tivoli Castle)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이라기보다는 궁전에 가까운 하얀색 저택인데, 의도했다기보다는 예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티볼리 성에 도착하게 되었다. 성 한편에는 카페 비엔날레(Cafe Bienale)가 있었는데, 유러피언처럼 야외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주문해 봤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인생 아이스커피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맛있었지.


유럽의 아이스커피는 우리가 생각하는 얼음이 잔뜩 들어간 커피가 아니라, 따뜻한 커피에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휘핑크림 등을 올린 것을 말한다. 시원한 우유와 아이스크림이 들어가니 따뜻한 음료는 아니지만, 스타벅스에서 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시원한 음료를 기대하면 안 된다.


카페 뒤쪽으로 돌아가면 조그만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와 함께 한참을 또 놀다가 그렇게 슬로베니아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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