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티롤 여행의 모든 것
흔히 오스트리아 하면 빈이나 잘츠부르크를 떠올린다. 신혼여행도 오스트리아로 다녀오고, 부다페스트에 살면서 빈과 잘츠부르크를 수도 없이 다녀온 우리는 이번에는 좀 특별한 곳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바로 오스트리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진정 느낄 수 있는 티롤(Tyrol) 지방으로 떠나보자.
티롤 지방은 오스트리아 서부에 있는 주로, 인구 70만 명 정도의 자연이 아름다운 지방이다.
티롤 지방은 독일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슈반가우나 뮌헨 같은 퓌센 지방을 함께 가기 좋았다. 첫 번째 여행에서는 배낭여행 당시의 좋은 기억 때문에, 슈반가우를 살짝 껴서 여행했다.
오스트리아 전반적으로 자연 풍경이 숨 막히게 아릅답지만, 티롤에서 만난 알프스는 절경이란 말이 손색없었다.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총 두 번 여행을 했는데, 두 번 모두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서 오스트리아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러운 일정이기도 했다.
첫 번째 여행지는 티롤 지방의 주도인 인스브루크였다. 다른 곳은 딱히 보지 않고, 가장 가보고 싶었던 스와로브스키 박물관으로 향했다.
부다페스트부터 인스브루크까지는 차로 무려 10시간.
도저히 한 번에 갈 수 없는 거리라, 잘츠부르크에서 하루 묵어가기로 한다.
경험상 유럽에서는 Booking.com 이 제일 낫다. 이번에 묵은 호텔은 잘츠부르크 외곽에 있는, 호텔 "쉬느 아우시흐트"였다.
이제 코로나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할 때 했던 여행이라, 당시에는 조식포함 하루 숙박이 100유로 언저리였는데 요즘에는 가격이 많이 올랐다. 3성급 호텔이라 룸 컨디션과 조식은 평범했지만, 조식을 먹으며 볼 수 있는 뷰만큼은 5성급에 못지않았다.
조식을 먹고 점심은 맥도널드로 때우며 열심히 차를 달린다. 네다섯 시간 정도 더 달리자 점점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멋진 모습이 드러난다. 다른데 딱히 들르지 않고 목표했던 스와로브스키 박물관으로 바로 향한다.
https://kristallwelten.swarovski.com/Content.Node/wattens/index.en.html
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 티켓 오피스를 지나 걸어가면, 스와로브스키 박물관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더 자이언트 (The Giant)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눈과 코, 눈썹 등을 크리스탈로 장식한 우스꽝스러운 거인이 물을 뿜어내자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더 자이언트 옆의 문으로 들어서면, 크리스탈을 활용한 각종 예술작품이 전시된 경이의 방(Chambers of Wonder)이 나온다. 테이트 모던에도 전시하고 있는 야요이 쿠사마나 이불 같은 아시아 작가부터, 키스 해링이나 살바도르 달리 같은 레전드 작가의 작품까지, 작품의 수준만 해도 결코 입장권이 아깝지 않았다.
(작품은 계속 변경되니, 최신 작품을 확인하려면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길...)
상당히 많은 수의 작품이 있었지만, 그중 몇 작품 담아본다.
크리스탈을 활용한 예술작품 관람을 마치면 당연하게도 스와로브스키 매장으로 이어진다. 가볍게(?) 지나쳐주고, 이번엔 정원으로 나와본다.
스와로브스키 박물관의 진짜 매력은 정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멋진 정원이었다.
정원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배가 고파져 식당으로 향한다. 정원 한쪽에 있는 다니엘스 크리스탈웰텐 (Daniels Kristallwelten)이라는 식당이다.
생각보다 음식이 비싸지 않았고 맛도 좋았다. 게다가 뷰까지 환상적이라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스와로브스키 박물관은 의외로 아이와 함께하기 너무 좋은 장소였다. 맘껏 뛰놀 수 있는 드넓은 정원이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시설들이 잘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멀리서도 눈에 띄는 회전목마부터 가본다.
무엇보다도, 회전목마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덕분에 우리 아이는 정말 원 없이 회전목마를 탈 수 있었다. 회전목마를 타고나서 이번에는 실내 놀이터로 향한다.
이렇게 아이가 지칠 때까지 실컷 놀다가 다음 일정을 위해 길을 나섰다. 스와로브스키 박물관은 정말 만족도 100%의 여행지였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인스브루크가 아니라 잘츠부르크 외곽에 있었다면, 오스트리아 필수 방문 코스가 되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여행 중에는 가끔 우연히 멋진 곳에 도착한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예약한 호텔 근처에서 오스트리아의 알려지지 않은 절경을 만났다. 호텔로 가는 중에 비가 많이 와서 여행을 마칠까 걱정이 되었지만, 걱정도 기우, 다음 날이 되자 날이 맑아졌다.
우리는 알펜호텔 암머발드 (Alpenhotel Ammerwald)라는 호텔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산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시설의 호텔이었다. 호텔이라기보다는 구조상 연수원에 가까웠다. 어쨌든 맑은 공기에 나무향이 가득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으니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호텔을 나가려는 순간, 주변 관광지를 안내해 둔 안내서가 눈에 들어온다. 근처에 "플란제(Plansee)"라는 멋진 호수가 있다는 것. 어차피 호텔에서 차로 10분 정도 되는 거리라 들렀다 가기로 한다.
그런데, 호수에 도착하자 입이 떡 벌어질만한 절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이 정도 절경이면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에메랄드 빛의 호수를 보면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가, 열심히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원래라면 여름에 각종 레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벼야 하겠지만, 우리가 방문했던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한 여행제재가 이제 막 풀리는 시점. 호수는 텅텅 비어 있었다.
사람이 있든 없든, 호수의 절경은 변함없이 아름다운 것을 보면, 인간의 보잘것없음이 다시 한번 느껴진다.
사실 호수에서 레저를 즐길 것이 아니면 딱히 할 일이 없어서, 한 시간 정도 사진을 열심히 찍고 길을 나섰다. 이제 멋진 산길을 따라, 슈반가우로 향한다.
슈반가우는 퓌센 지방의 작은 마을로, 디즈니 신데렐라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노인슈반슈타인 성"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사실 성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도 아름다워, 하이킹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마을이었다.
먼저 노인슈반슈타인 성으로 향한다. 성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이가 말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차를 타기로 했다. 참고로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데, 노인슈반슈타인 성뿐 아니라 다른 성인 "호엔슈반가우 성"으로 가는 루트도 있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게 주변 상인이나 줄을 서 있는 관광객들에게 물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럽에 살며 성이나 성당 등은 질리도록 봐서, 성 안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사실 노인슈반슈타인 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는 절벽에 걸려있는 마리엔 다리라고 하는 다리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마리엔 다리는 보수공사 중이라 폐쇄 중이었다. 예전 배낭여행 중에는 노인슈반슈타인 성이 공사 중이라, 제대로 된 모습을 못 봤더니, 이번에는 마리엔 다리가 공사 중이었다. 아무래도 인연이 아닌 모양.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계곡을 따라 성이 보일만한 장소로 무작정 걸어갔다. 비 온 후라 길이 미끄러워서 위험천만했지만, 갑자기 모험심이 발동했다.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러 가기로 하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성에서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 퓌센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렇게 소나기와 함께한 짧은 슈방가우 여행이 끝났다. 20년 전 배낭여행 당시 너무 좋았던 곳이라 다시 방문을 했는데, 장소는 그대로였지만 나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티롤을 여행한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다시 한번 방문했다. 이번에는 설경을 보고 싶어 겨울에 방문했다.
먼저 방문한 곳은 피부르게제(Piburger See)라는 호수였다.겨울에 물이 땡땡 얼면 위에서 스케이트와 썰매를 탈 수 있다는 첩보를 들어서 들르게 되었다. 그러나 12월 말인데도 물이 제대로 얼지 않아서 그냥 산책만 했다.
사실 그동안 유럽의 예쁜 호수 풍경들을 많이 봐와서, 호수 자체에 대한 감흥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가는 길이 한적하고 예뻐서 제법 괜찮은 산책이 되었다. 여행의 시작점으로 나쁘지 않은 느낌이랄까.
가볍게 산책을 즐기고 이번에는 진정한 설경을 만끽하러 가본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해발 3000미터의 007 테마 전시관인 007 엘리먼츠로 향한다. 워낙 높은 곳에 있어 차로는 갈 수 없고, 반드시 솔덴 시내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곤돌라 매표소에서 종합권을 구매하는 게 편리하다.
아이스큐 레스토랑은 007 엘리먼츠와 붙어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인데, 만약 레스토랑이나 스키만 즐길 목적이라면 종합권이 아닌, 곤돌라 티켓만 구매하면 된다.
두 번 정도 중간에서 곤돌라를 갈아타면, 정상에 도달한다. 정상에 도달한 무리는 스키를 타려는 사람들과 레스토랑과 007 엘리먼츠를 가려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아쉽지만 스키는 다음번에 타기로 하고, 007 엘리먼츠로 가본다.
참고로 곤돌라의 속도가 꽤 빠른 편이라, 중간에 곤돌라를 갈아타는 지점에서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올라올 것을 권한다. 중간에 쉬지 않았더니, 정상에 도착했을 때 갑작스러운 기압차 때문에 한동안 어지러움을 겪어야만 했다.
어쨌든 도착한 007 엘리먼츠.
아이스큐 레스토랑 뒤편으로 가면, 007 엘리먼츠와 연결된 입구가 나온다. 007 영화에 사용된 소품이나 영화 비디오 클립 등 007 제임스본드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멋진 뷰를 볼 수 있다는 점만 해도, 돈이 아깝지 않았다.
멋진 로고의 007 엘리먼츠
참고로 커다란 소리와 번쩍이는 불빛 등 때문에, 어린아이를 데려가기 좋은 박물관은 아니었다. 실제로 아이가 무서워하는 바람에 우리는 전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일찍 나와야 했다.
그러나 007 영화나 소설 팬들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건물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설경 또한 덤.
이번에는 007 엘리먼츠와 연결되어 있는 아이스큐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간단하게 스낵과 차를 즐겼다.
레스토랑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길...
솔직히 말하자면 전시관과 레스토랑 자체가 아주 훌륭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훨씬 훌륭하고 가성비 넘치는 장소들이 넘쳐나니까. 그러나 알프스의 멋진 설경이, 이 모든 것들을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해주었다. 그만큼 멋진 설경이었다.
다음 날, 이번에는 티롤에 있는 동물원으로 향한다. 와일드파크 아우라흐 (Wildpark Aurach)라는 동물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상점들이나 많은 시설들이 문을 닫은 가운데 문을 연 동물원이 있어 방문을 했다.
동물원이라기보단, 그냥 동물들을 풀어놓은 산(?)에 가까웠는데, 생각보다 너무 만족스러운 방문이었다.
동물들을 그대로 풀어놓다 보니 커다란 사슴을 정말 바로 앞에서 보는 것도 가능했다. 아이한테 특히 좋은 경험이었는데 우리 아이는 아기 염소를 쫓아다니느라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공원 안에 있는 레스토랑도 괜찮았다.
정말 기대도 안 했는데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행복했던 장소였다. 가성비도 훌륭하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무엇보다 동물들을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게 좋았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홈페이지에서...
https://www.wildpark-tirol.at/
이번에는 딱히 여행지는 아니지만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풍경들을 담아봤다. 007 엘리먼츠나 이후에 소개할 아쿠아돔도 좋았지만, 풍경이 너무 좋아서 자동차 여행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두 번째 방문도 짧았지만 알찬 여행이었다. 눈 덮인 겨울왕국을 뒤로하고 마지막 여행지인 아쿠아 돔 스파로 향한다.
아이슬란드 여행 때도 그랬지만 여행의 마무리로는 온천보다 좋은 게 없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알프스를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아쿠아 돔으로 향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홈페이지에서...
언제나 스파는 옳다! 아이도 너무 즐겁게 놀 수 있는 가족 친화적인 스파였다.
아쿠아돔을 마지막으로 이렇게 우리의 짧았던 두 번째 티롤 여행이 막을 내렸다.
부다페스트에 살던 시절에는 자동차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그만큼 여행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기 때문이었는데 티롤 여행은 멋진 자연풍광 덕분에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은 여행지였다.
한국에서 오는 분들의 경우 보통 동유럽 3개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여행을 주로 하기 때문에, 잘츠부르크는 일정에 넣어도 티롤까지 일정에 넣는 경우는 드물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티롤은 독일 퓌센 지역과 가깝기 때문에 뮌헨을 비롯해 퓌센 지역을 여행하는 분들이라면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티롤 지방까지 묶어서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스트리아 하면 합스부르크 왕가의 흔적이 남아있는 화려한 궁전이나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한 잘츠부르크가 생각이 난다.아니면 멋진 호수로 유명한 할슈타트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오스트리아 최고의 여행지는 전혀 유명하지 않은 티롤 지방이 아닌가 싶다. 빈의 화려함은 없지만 그만큼 멋진 자연풍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번에는 남들 다 가는 뻔한 여행지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진정한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티롤 지방으로 여행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