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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Mar 23. 2024

좋은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의 7원칙 (2)

성공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필독서 - 프레젠테이션 #9

원칙 3: 애니메이션은 극히 예외적으로만 사용한다.


파워포인트에서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기능은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학부시절 학생들의 프레젠테이션은 쓸데없는 애니메이션과 사운드로 점철되어 있었고, 교수님들은 그걸 보면서 혀를 끌끌 차곤 했다.


실무 현장에서 애니메이션의 사용은 그야말로 발표자 본인의 미숙함에 대한 표현과 다를 바 없다. 실무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실무 발표 자료는 보통 참고 자료로도 쓰인다.


내용이 복잡한 정보 공유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공유하나요?"가 아닐까 싶다. 이유인즉슨, 실무에서의 발표 자료는 보통 다른 이들이 참고 자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이 들어가면, 발표 자료를 참고 자료로 사용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또한 때때로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면 같은 내용을 두 장이나 세 장으로 나눠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럴 때는 쓸데없는 페이지가 늘어나면서 참고 자료로 사용하려는 이들에게 혼란을 주게 된다.


2. 애니메이션이 주는 이점이 크지 않다.


보통 제한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는 실무자라 할지라도, 불릿 포인트를 하나씩만 보여주거나 결론을 마지막에 나타나게 함으로써 집중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지만, 바꿔 말하면 애초에 슬라이드를 잘못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청중의 읽는 속도가 발표자의 말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따라서, 불릿 포인트를 화면에 띄우게 되면, 발표자가 첫 번째 문장을 읽는 동안 보통 청중은 읽기를 마친 상태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한 번에 한 불릿 포인트만 보이게 하는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 시도이지만, 결코 원했던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첫 번째 불릿 포인트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두 번째 불릿 포인트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면, 그와 동시에 청중은 두 번째 불릿 포인트를 읽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즉, 읽는데 집중하느라 오히려 발표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래의 도식을 보자.



위 도식은 3개의 불릿 포인트를 발표할 때, 애니메이션을 사용했을 때와 사용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표현한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앞서 설명했듯 청중은 발표자가 첫 번째 불릿 포인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동안 벌써 3번째 불릿 포인트까지 읽기를 마쳤다. 그리고 더 이상 읽을 것이 없기 때문에 이제 발표자의 말을 듣게 된다.


반면 애니메이션을 사용했을 때에는, 얼핏 보기에는 집중하는 시간이 발표자의 발표 내용과 겹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 총 집중 시간이 짧아지고, 2) 읽기와 듣기를 세 번 교차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지며, 3) 글을 읽느라 발표자의 두 번째 내용과 세 번째 내용의 첫 부분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애니메이션으로 불릿 포인트를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3. 애니메이션은 발표 시간을 늘린다.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은 발표 시간을 늘린다. 일반적인 사람의 주의집중 시간, 즉, 연속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이 채 안된다. 핸드폰으로 업무 이메일을 보거나 사내 메신저를 할 수 있는 실무 현장에서는 30분이 아니라 5분도 길게 느껴진다. 화상 회의가 더욱 성행하면서 발표는 최대한 신속하고 간결하게 끝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따라서 애니메이션과 같이 별다른 이득 없이 발표 시간을 늘리는 것은 최대한 삼가야 한다. 발표는 최대한 짧고 굵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을 실무 프레젠테이션에 절대 사용해선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물론 애니메이션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바로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키노트 발표에서처럼, 철저하게 계산된 환경에서 내용의 강조를 위해 사용될 때이다. 이럴 때조차도 애니메이션은 극도로 자제를 해야 한다. 움직이지 않는 정지된 프레젠테이션 화면에서 무언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금세 청중들의 시선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자, 정리해 보자.

- 실무 현장에서 애니메이션은 사용해서는 안된다.

- 애니메이션은 득 보다 실이 더 많다.

- 굳이 사용한다면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써야 한다.




원칙 4: 그림과 사진은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만 사용한다.

                    

지난번에 사용했던 슬라이드를 다시 가져와보자. 이번에는 그림을 추가해 봤다.

설득의 3요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이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진을 넣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진이 들어가면서 프레젠테이션 자체가 전문가의 프레젠테이션에서 학부생 인턴의 프레젠테이션처럼 변해버린다. 기억이 잘 나지 않을 테니, 원래 슬라이드를 가져와보자.

보다시피 같은 내용이지만 사진 하나가 빠짐으로 인해 (배경색도 넣었지만) 훨씬 간결하고 프로페셔널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내용과 관련이 있는 사진을 넣어도 발표의 격이 떨어지는데, 내용과 관련이 없는 그림이나 사진을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래 슬라이드 예제를 한 번 보자.

깜찍한 고양이을 넣었지만 일단 저 고양이가 있으나 없으나 발표 내용에는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또한 아무리 멋진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도 격이 떨어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따라서 관련이 없는 사진은 더더욱 넣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을 영어 표현으로는 클러터(Clutter)라고 하는데, 프레젠테이션을 망치는 주범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그림이나 사진을 반드시 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과 그림이 없으면 프레젠테이션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만 사진과 그림을 넣어도 된다. 예를 들어, 도면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발표인데 도면이 없다면? 당연히 발표 자체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 관련이 있더라도 사진과 그림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 관련이 없는 사진과 그림은 반드시 빼야 한다.

- 없으면 안 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진과 그림을 사용한다.




원칙 5: 한 페이지에 한 가지 메시지만 넣는다.


액션 타이틀이라는 기법을 기억하는가? 프레젠테이션의 앞에 메시지를 넣는 것을 넘어, 핵심 메시지를 아예 슬라이드의 제목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https://brunch.co.kr/@londondaddy/118


액션 타이틀에 대해서 다룰 때 너무 당연해서 넣지 않은 내용이 있는데, 바로 한 페이지에는 한 가지 메시지만 넣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원페이지 보고서라고 한 장에 모든 내용을 담는 보고서 양식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즉, 한 장에 모든 내용을 압축해서 담으라는 것. 실무 현장에서 이 한 장 짜리 보고서를 써본 이들은 알 것이다. 이게 얼마나 탁상공론에 불과한 이야기인지를.


이유는 단순하다. 한 장에 담기에는 실무 현장에서의 발표 내용이 너무 복잡한 것이다.


전체 프레젠테이션을 한 장으로 요약한 Executive Summary(요약 페이지)는 매우 중요하고 강력하다. 그러나 본 내용이 있는 상태에서 요약을 한 페이지에 하는 것과 한 페이지에 모든 걸 담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필연적으로 여러 메시지가 한 페이지에 담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발표가 산만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스티브 잡스의 전설의 아이폰 키노트 프레젠테이션을 떠올려보자. 그 프레젠테이션에서 스티브 잡스는 단 한 개의 메시지만 전달한다. 바로 아이폰이 전화기와 아이팟과 인터넷 기계를 합친 거라는 것 말이다.


스티브 잡스가 그 발표에서 구구절절 아이폰의 장점과 단점, 가격과 모양, 출시일과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힘쓴 사람들에 대해 설명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그만큼 임팩트 있는 프레젠테이션이 될 수 있었을까?


같은 맥락에서, 실무 현장에서는 한 가지 이야기만 할 수는 없지만, 한 페이지에는 임팩트 있는 한 메시지만 담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다른 메시지로 넘어가는 것이 발표의 효과를 최대화하는 방법일 것이다.


반대로 2-3페이지에 걸쳐 한 가지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 또한 청중의 시간을 낭비하고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페이지에 걸쳐 듣고 있으면 청중들은 금세 지루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실무에서는 물론 메시지가 없는 슬라이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액션 타이틀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사들도 매우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효과적인 발표를 위해서는 SO WHAT이라는 질문을 던져 메시지를 찾아내야 하고, 메시지가 없는 슬라이드는 최대한 프레젠테이션의 부록(Appendix)으로 미뤄야 한다.


정리해 보자.

- 한 장에 한 메시지만 담아 발표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 한 메시지를 여러 페이지에 담으면 청중들은 지루해한다.

- 메시지가 없는 슬라이드는 최대한 부록으로 미룬다.




원칙 6: 논리적 연결은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논리적 주장에는 크게 연역법과 귀납법이 있다.


연역법이란 "A는 B이다. B는 C이다, 따라서 A는 C이다"와 같이 명제들을 연결해서 논리적 주장을 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이론이 먼저 나오고, 가설에 대한 증명으로 자료를 제시한다.


반면 귀납법은 "A와 B와 C를 보았을 때 D이다"와 같이 자료들을 토대로 논리적 주장을 하는 방법을 말한다. 따라서 자료들이 먼저 제시되고, 그에 따라 주장이나 이론을 이끌어낸다. 보통 통계분석에 적절한 논리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맥킨지와 같은 컨설팅 회사에서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MECE (미씨,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와 같은 기법도 존재한다. 쉽게 설명하면 서울, 경기, 포항이라는 분류를 따르면 부산, 목포, 광주와 같은 다른 분류가 남는데, 남자와 여자, 과거, 현재, 미래와 같이 제시된 분류 이외의 다른 분류가 존재하지 않도록 분류하는 기법이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이 외에도 많은 논리적 기법이 있겠지만, 어떤 논리적 기법을 사용하든, 한 개의 논리적 주장은 한 장 안에서 끝나야지만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이 된다. 다섯 번째 원칙에서도 다뤘지만, 여러 페이지에 한 가지 메시지를 담는다면 메시지의 효과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럼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귀납법의 경우 많은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 많은 자료들을 한 장에 담을 수 있는가?


이럴 때는 SO WHAT 기법을 활용해 보자. SO WHAT 기법을 통해 자료가 담긴 페이지가 개별적인 메시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 페이지는 남겨도 좋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페이지의 자료들과 요약해서 한 페이지에 담거나 부록으로 넘기는 것이 낫다. 다음 예시를 한 번 보자.


발표 시간이 길어지면 청중들의 질문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통계자료)

또한 발표 시간이 길어지고 내용이 복잡할수록 청중들의 만족도가 떨어졌다. (통계자료)

이런 현상들을 보았을 때 발표는 최대한 간결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청중들과의 상호작용을 증대하고, 발표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주장)


위와 같은 3장의 슬라이드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통계자료에 따라 논리적 주장을 이끌어내는 귀납식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3장의 슬라이드에 각각 SO WHAT 기법을 활용해 보자.


발표 시간이 길어지면 청중들의 질문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SO WHAT? 발표 시간을 줄이면 청중들과의 상호작용이 증대한다.


또한 발표 시간이 길어지고 내용이 복잡할수록 청중들의 만족도가 떨어졌다.

SO WHAT? 발표 시간을 줄이면 발표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런 현상들을 보았을 때 발표는 최대한 간결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청중들과의 상호작용을 증대하고, 발표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SO WHAT? 청중들과의 상호작용과 발표의 만족도를 높이면 더 효과적인 발표를 할 수 있다.


SO WHAT 기법을 통해 이렇게 각 슬라이드의 메시지를 뽑아내보면 필요한 슬라이드와 필요 없는 슬라이드, 합칠 수 있는 슬라이드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번에는 메시지들만 한 데 모아보자.

발표 시간을 줄이면 청중들과의 상호작용이 증대한다.

발표 시간을 줄이면 발표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청중들과의 상호작용과 발표의 만족도를 높이면 더 효과적인 발표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메시지들을 한 데 모으면 메시지를 합칠 수 있다. 위의 메시지들은 "발표 시간을 줄이면 더 효과적인 발표를 할 수 있다"라는 한 가지 메시지로 합쳐진다.


그렇다면 슬라이드 구성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아래의 예를 한 번 보자. (차트는 전부 내용의 이해를 위해 가상의 데이터로 만들었다)

실무에서는 당연히 이보다 더 복잡한 내용을 다룰 것이다. 그러나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하는 방법은 동일하다. 먼저 각 슬라이드에 SO WHAT 기법을 통해 메시지를 뽑아낸다. 그리고 그 메시지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는 것이다.


요약해 보자.

논리적 주장은 한 페이지에 담아야 한다.

SO WHAT 기법을 통해 각 페이지의 메시지를 뽑아낸다.

메시지를 뽑아낸 후 합칠 수 있는 것은 합친다.




원칙 7: 회사에서 정한 템플릿이 있으면 무조건 사용한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굳이 말 안 해도 7번째 원칙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알고 있다. 회사 템플릿이 구리다는 것을. 그러나 구리더라도 회사의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템플릿이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이 제일 익숙한 템플릿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효과적인 발표의 핵심은 최대한 익숙한 것들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 템플릿이 마음에 안 들어도 가급적이면 사용하도록 하자.




여기까지 좋은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의 7가지 원칙에 대해서 알아봤다. 단순한 원칙들이지만 필자가 지난 13년간의 회사 생활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낸 원칙들이기도 하다. 멋진 디자인의 프레젠테이션, 완벽한 논리, 눈에 확 들어오는 차트... 다 해봤지만 다 소용없다. 오히려 시간만 낭비할 뿐.


"기본으로 돌아가라"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멋진 디자인의 프레젠테이션이 좋은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다. 청중을 배려하는, 청중을 위하는 프레젠테이션이야말로 좋은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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