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4.24
1주일 전 만 해도 햇살 속에 종종종 잘도 걷던 강아지가, 불과 1주일 만에 너무나도 쇠약해져 버렸다. 허망하고 기가 막힌다. 운명은 엉뚱한 것일까. 그냥 자연의 섭리대로, 순리대로 진행되는 로직인데 나만 몰랐던 걸까. 끝까지 알 길 없는 갑갑한 질문을 던져본다.
다리를 쭉쭉 뻗대며 계속 넘어지는 강아지를 바라본다. 속은 어떤지 팔다리 통증은 어떤지, 혹시 죽음을 코앞에 느끼고 있는 건지. 질문이 너무 많은데, 동시에 이 질문들에서 해방될 것이 두려웠다. 해방되는 것도 죄스러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자 유일한 것이 자책이었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엄마와는 서로 신경이 곤두서 나날이 갈등했다. 코코를 마지막으로 수술시키겠다고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그 날.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며 이렇게 말했다. 너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정말 네 생각만 하면서 코코를 힘들게 한다고, 코코는 너한테 안 가고 싶을 거라고. 아빠는 코코 수술을 감행하겠다는 나를 향해, 이제 그 정도면 됐으니 적당히 하라며 고성을 질렀다. 급기야 나중에 본인이 병에 걸리면 수술도 연명치료도 뭣도 하지 말라는 막말을 쏟아내면서. 외로웠다. 그저 조용히 울었다. 평생 이날의 기억은 내게 잊히지 않겠구나 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