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이라니

그건 네 일이야.

by 운오

제주에 살고 있다. 집도 바다 가까이 있다. 일어나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바로 바다가 보이고,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곳.


친구가 물었다. 서핑은 하지 않느냐고. 서핑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장르다. 수영도 실내 수영을 좋아하고, 바다에서 제대로 해 본 해수욕은 작년 여름이 처음이다. 물놀이야 계곡에서 해본 것이 전부. 내가 나고 자란 곳은 산으로만 둘러싸여 물놀이는 계곡에서 했다. 바다까지 갈 줄도 몰랐고, 바다를 바라지도 않았다. 여름에 났어도 더운 여름은 질색하는 사람이라 더 그랬을까. 바다를 보는 일도 여름보다 겨울에 하기를 더 좋아한다. 제주에 사는 지금도 해안가를 달리기보다 중산간으로 나무를 보러 가는 일을 더 즐긴다. 그런 나에게 서핑이라니. 멀어도 너무 멀리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는 일 같았다.


친구는 바다에 살면 서핑을 매일 하겠다 말한다. 그런 그도 서핑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최근에 처음으로 실내 서핑을 하러 간다고 했다. 그리고 실내 서핑장에서 서핑보드에 서 있는 자신의 영상을 보내왔다.


경사진 곳, 물이 세게 흐르는 곳에서 서핑보드 위에 꼿꼿하게 선 친구가 보인다. 줄을 잡고 무릎도 허리도 곧게 편 채로 보드 위에 서서 중심을 잡는다. 위로 아래로 뒤로 앞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그리고 줄을 놓는다. 영상 속 친구는 줄을 놓고 5초 후에 중심을 잃었다. 저렇게 짧게 홀로 서기까지 넘어지고 넘어지고 넘어졌다고 했다.


친구에게 꼭 제주에 오라고 했다. 와서 서핑을 하라고. 들어오고 나가는 바다의 파도 위에서 그가 중심을 잡고 보드 위에 서면 좋겠다. 5초 후에 바다에 빠지더라도 파도 위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고 서기를.


나는 모래 위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듯 서핑하는 친구를 바라볼 거다. 일렁이는 파도, 바다 위에서 중심을 잡고 서는 일은 나의 일이 아니므로. 그저 오고 나가는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있다가 발이나 담그거나 잠시 헤엄을 치다 집으로 돌아갈 거다.


친구가 우뚝 서는 순간엔 힘껏 박수를 쳐주어야지. 그리고 바다로 들어가 물속에서 힘껏 다리를 차고, 팔을 뻗어야지. 그게 나의 일이므로.


서핑이라니. 친구, 그건 네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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