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이름으로 쓰인 돈이 공공의 질문으로 돌아오다.
"김민정 선생님 ~
공공도서관이 왜 예산낭비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부 예산 수업시간 갑자기 들어온 질문.
중간고사 서술형 문제에 "우리주변에서 예산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례" 에 관해 적으라는데 내가 그걸 적었단다.
?
?
두어달전인데...
무엇을 얼마나 조리 있게 적었는지는 이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날 강의실에서 마이크가 내게 넘어왔고, 나는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질문 앞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다.
일단 주변 공공도서관. 나는 우리가족은 너무 잘~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족에게 도서관은 특별한 장소이기도 일상의 일부이기도 한 모두에 해당하는 소중한 곳이다.
수성못 그림책도서관이 개관하였을때 설렘에 쿵쾅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던 그순간도 아직 기억한다. 커피향과 커다란 빅북,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온갖 유명 그림책을 다 모아둔것에 감탄을 했었다.
"아 너무 좋다..."
범어도서관 파동도서관 용학도서관.
모두 각각의 특색을 가지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라 나름 골라가며 아이와 즐거운 나들이를 한번씩 하곤한다.
이런 경험만 놓고 보면, 공공도서관은 결코 ‘예산 낭비’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
한여름 중간고사를 앞두고 다른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집근처 도서관인데 여긴 아무도 없다고.
우리지역 도서관은 시골이라서 할머니들 몇분이서 시원한 로비에 쉬시다가시는 용도라고,
몇명뿐이라서 너무 조용하다고 하신다.
문득 무안공항? 아무튼 이용객이 드문 공항에 관한 우스개소리가 떠올랐다. 거긴 한여름 할머니들 고추말리는 용도라며...
마찬가지로 시골 도서관은 제기능보다는 주변의 더위 피하는 용도래서 웃음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웃음이 가신 뒤에도 마음 한켠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이 있었다.
체육시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예산으로 지어질 때는 ‘모두를 위한 좋은 시설’이라 환영받지만, 막상 이용객이 적고 해마다 유지·보수 예산이 투입되는 현실 앞에서는 다시 의문이 들게된다.
이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렇다면 시골마을, 인구가 적은 지역이나 소멸 위험 지역에는 도서관도 문화시설도 지으면 안 되는 걸까?
그생각은 이런 판단들이 결국 지역 격차를 더 키우고 대도시로의 집중을 부추기는 건 아닐지 또 다른 질문에 이르게 된다.
예전에 한 지역 의원과 나누었던 대화도 떠오른다.
"아 거기 사과가 유명하지요... 사과 축제같은거 하면 좋을텐데요" 라고 말하니,
그 지역 특산물로 A를 집중적으로 육성하자고 하면, B와 C를 재배하는 농민들의 항의가 이어진다고 했다.
지역을 대표할 단 한두 가지를 정하는 일조차 이해관계와 눈치 속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어쩜 문제는 예산 그 자체라기보다, 그 예산을 둘러싼 ‘사람’이라는 사실...
각자의 삶, 각자의 이익, 각자의 기준이 얽히며 공공의 선택은 늘 복잡해진다.
무엇에 우선 순위를 두는가의 문제인지도...
그건 곧, 우리가 어떤 사회를 먼저 지키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이 지어지면 “우와, 좋다”라고만 말하던 예전의 나.
그때의 나는 어쩌면 편안했고, 지금의 나는 조금은 불편해진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비판적 시각보다 우호적 시각이었던 내가 너무 까칠해졌다는 느낌... 모든 질문에 답도 결론도 없는 질문만 가득이다.
...
어쩌면 내가 할 일은,
이런 질문들을 잘 정리해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쉽게 판단하지 않고.
서로 다른 이해와 목소리를 차분히 들여다보며
그 선택이 얼마나 타당한지
오래 고민해보는 것.
내가 과연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불편한 질문을 공공의 자리로 끌어올려야 한다.
나는 아마도
답을 가장 빨리 내리는 사람이기보다,
질문을 가장 끝까지 붙잡고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런 고민을 하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