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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의심하는 아이들

'될 때까지 하는 학습'의 주도권은 아이에게 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해서 학습을 하며 배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나간다. 아기는 모빌을 하나 잡기 위해 수 백 번, 아니 수 만 번의 연습을 한다. 그 연습의 과정에서 ‘과연 내가 저 모빌을 잡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은 없다. 아이가 걸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걷기 위해서는 정말 다양한 도전이 필요하다. 두 다리에 대한 제어가 필요하고,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하며 주변 위험 요소에 대한 감지가 필요하다. 매우 어려운 도전이지만 아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단지 서서 걷는 것에 성공하기까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는 능력 또한 그렇다. 아이가 태어나 뒤집고, 기고, 걷고, 말을 하는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아이들은 이미 스스로 주도하는 학습 능력을 완벽하게 지니고 태어났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그 확신과 믿음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과연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요?”

 아이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스스로 주도하는 학습 능력을 완벽하게 지니고 태어났고, 의심하지 않고 수 만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배움을 주도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대해 질문을 해 온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나는 할 수 없는 아이라는 생각을 한다. 왜일까?

 그것은 아이가 무엇에 대해 배울지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움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상실했을 때, 아이들은 학습의 주체성을 잃고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날 경우, 누군가의 확신에 기대지 않고서는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아이로 점차 적응하게 된다. 학습과 놀이의 경계가 애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해서 배우면 놀이가 되고, 누군가가 시켜서 배우면 공부가 된다.


 태어나서부터 갖고 있는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어떤 부모는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어떤 부모는 축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많은 부모들은 좋은 교육에 대해 고민을 한다. 4살이 된 옆집 아이가 영어 학습을 시작했다고 하면 내 아이도 당장 영어를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위험 의식을 느낀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배우고 있는데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이 아닌지 불안감이 든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내 아이의 관심사와 내 아이의 흥미에 더 관심을 두어야 한다. ‘억지로’ 시켜서 좋은 결과를 맺기란 쉽지 않다. 물론 부모의 의지로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거나 눈에 보이는 목표에 도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부모가 억지로 무언가를 시키는 방법으로는 아이가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될 때까지 끝까지 하는 학습’을 할 수는 없다. 마치 아직 걷기를 원하지 않는 아기에게 걷기 방법에 대해 알려주며 걸을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다고 해서 아이가 걸을 수 있는 게 아니듯이 말이다.

 아이가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스스로를 조절하며 실패와 성취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배움의 주도권을 온전히 내어주어야 한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조절하는지, 실패와 성취의 경험들을 통해 어떤 배움을 해 나가는지를 지켜보는 일이다. 아이가 처음 걸음을 뗄 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말이다. 아이는 자신이 성취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힘을 얻는다. 아이가 일어서서 잘 걸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눈빛이 아니다. 아이가 언젠가는 해 낼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의 눈빛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며, 내 아이의 능력치에 대한 한계를 너무나 빨리 그어버린다. 하지만 진정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부모가 내 옆에서 내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그 시행착오의 과정을 믿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취의 경험들을 기다려주며 기뻐하는 일이다. 그것으로 부모가 할 일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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