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이를 믿지 않는 부모의 시선은 때로 아이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요즘에는 초등 공부 역시 어렵다지만,
나를 포함한 현재 80년대 생 엄마 세대에 초등학교 때 공부를 못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지방에서 태어나 보통의 초등학교를 다닌 나도 딱 그만큼 공부를 했다. 나름 욕심이 있는 편이라 공부뿐만 아니라 웅변이며 그림 그리기며 각종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를 비롯한 주변 친척들이 ‘사촌들 중 네가 제일 낫다!’며 나를 치켜세워주곤 했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다른 사촌들과 비교하며 칭찬을 하셨다.
하루는 엄마와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들이 너를 너무 잘나게 봐서 엄마는 걱정이다.”
그때의 엄마 표정은 정말 걱정스러워 보였다.
“네가 아무리 용을 쓰고 노력해도 서울대는 못 갈 거야.”
훗날 엄마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하루 종일 펑펑 울었다. 내가 울었던 이유는 서울대에 못 갈까 봐,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칠까 봐서가 아니다.
가장 가까운 내 편, 가장 인정받고 싶은 대상인 엄마가 나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아서였다.
친척들이 나를 과대평가하여 실제 나의 실력에 비해 더 대단한 결과를 기대하고 칭찬하기에 마음에 부담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엄마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가 과하게 기대를 하며 나의 공부를 몰아붙이기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네가 바라는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엄마가 나에게 잘해준 무수한 일들 중 지나가는 한 마디의 말이 가슴에 박혀서 엄마를 못된 엄마로 만드는 게 죄송스럽지만 그 말은 살아가는 내내 내 마음속에 남았다.
아이는 누구보다 엄마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아이는 엄마에게 남들이 뭐라고 해도 너는 할 수 있고, 만약 하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우리 딸(혹은 아들)이 최고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 아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내 아이의 잠재력이나 가능성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갖는 것은 아이에게 커다란 상처가 된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남을 돕고 사랑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목표한 것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훌륭한 성인이 될 것이라고 자부하며 확신하는 부모를 나는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보다는 아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모자란 지, 어떤 것을 채워주어야 할지에 대한 촉을 세우고 아이를 문제 아이로 바라보는 부모들이 훨씬 더 많다.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 완성된 인간이라기보다는 미완성의 것, 채워야 할 양동이로 바라보기에 아직까지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은 마냥 부족하고 미흡해 보이기만 하다. 스스로 잘하지 못하는 아이, 앞 가름할 수 없는 아이를 마냥 도와주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길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온 현실이 너무나 불확실하고,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너무나 격변하여 미래를 예측하거나 내다보기도 어렵다. 그 안에서 부모는 매일같이 불안을 경험한다. 혹시나 아이가 제대로 밥벌이를 못하게 될까 봐, 적당한 직업을 구하지 못해 사람 구실을 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을 한다. 때문에 내 아이에게 부족한 면만 보이고, 다른 아이들은 일부분만을 보고서도 뛰어나다고 판단한다. 어느 날 이 교육법이 좋다고 하면 이 교육법을 적용하고, 잘 안된다는 이유로 좌절을 하며 다른 교육법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이런 부모들의 불안감을 이용하여 교육 시장은 점점 더 활기를 띠고 공포를 이용한 마케팅에 나선다.
하지만 부모가 가져야 할 것은 아이에 대한 믿음의 시선, 아이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무한한 확신의 시선.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 자신의 삶을 경영함에 있어서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가장 중요하듯 아이가 자라는 내내 부모는 아이에 대한 믿음과 확신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무언가 성취하고 우수한 결과를 보였을 때 제한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잘하지 못하거나 때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도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여 조금씩 성취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 실패하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배운 삶의 지혜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경영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 그것이 필요한 게 아닐까?
아이와 그림책을 대화를 하며,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아이의 문제를 찾고 불안해하는 마음 대신 아이에게 펼쳐질 무한한 미래, 그리고 아이의 재능과 잠재력에 대해서. 무엇보다 행복하게 아이가 살아갈 매일매일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과 눈빛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