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이가 너무 앗있었고 행복했대."
영원하지 않을 복희가 발톱을 깎으며 대답한다.
"다음에 오면 더 맛있는 거 해줄게."
정말로 길고 긴 다음이 이어지기를, 복희의 무수한 밥상이 자신과 친구들에게 허락되기를 소망하며, 역시나 영원하지 않을 슬아가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 이슬아 <가녀장의 시대> 中
영원하지 않을 나.
이 자명한 사실을 우리는 사는 내내 잊고 살아간다.
자명한 사실을 새삼스레 떠올림으로써 생기는 마음의 변화는 꽤나 마술적이다.
이까짓거 뭐 어때.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닌데.
이거 한번 해볼까?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닌데.
고백했다 좀 차이면 어때?
하고 싶은 거 좀 하면 어때?
잘하지 못하면 어때?
좀 기뻐하면 어때?
좀 슬프면 어때?
영원하지 않을 내가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
지금 뭘해야할지 망설여진다면, '영원하지 않을 나'를 가정해보면 도움이 된다. (해결이라고는 안함.)
영원하지 않을 순간들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