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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3 동인. 목월 문학관을 다녀오다.

경주에서 만난 우리나라의 위대한 소설가와 시인

by 다올 Jan 18. 2025

대구 정호승문학관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다음에 갈 곳은 동인, 목월 문학관이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쯤 돌려 경주에 도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들은 미리 준비된 식당에 가서 점심밥을 먹었다. 점심 메뉴가 불고기전골이었다.

경주는 법주로도 유명하다. 막걸리 맛은 어떨까 하고 하고 한 병을 주문했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한 잔쯤은 마실 수 있다. 노란 양은그릇에 하얀 막걸리가 7부쯤 찼다. 한 모넘겨본다. 맛있다. 쓰지도 않고 시지도 않고 달달하다.

불고기 전골도 밑반찬들도 간도 잘 맞고 깔끔하다. 특히 작은 게를 튀겨 양념에 버무린 반찬이 맛있다. 우리들은 키토산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핑계로 게반찬을 추가로 받아 맛있게 먹었다.



식당을 나서는데 얼굴이 뜨끈뜨끈 하다.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술이 약해서가 아니다. 그저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얼마나 붉어지는지 거짓말 조금 보태면 한 짝을 다 마신 얼굴이 된다.


서둘러 문학관으로 향했다. 문학관 근처 물웅덩이에는 얼음이 하얗게 얼어 있다. 응달진 곳엔 채 녹지 못한 눈도 쌓여있다. 부산에서 사는 학우들이 대부분이라 눈보기가 쉽지 않다. 올 겨울 처음 밝아 보는 눈이라며 일부러 눈 위에 발을 올리는 학우들이 있다.


왜 동인, 목월 문학관이라고 했을까? 궁금했다. 문학관에 들어서자 그 궁금증이 바로 풀렸다. 김동인, 박목월 두 분을 기념하기 위한 문학관이었다.


이번에도 지하실로 먼저 향했다. 지하에서 간단하게 두 분에 대한 영상을 보고 설명을 들었다. 위로 올라와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전시실에는 내 나이 보다 더 오래된 원고지며 만년필 등 평서 선생님들께서 사용하신 자료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다. 어떤 것은 투명 비닐에 쌓여 소중하게 보관되고 있었다.

문학을 공부한다고 어디 가서 말하지도 못할 정도로 이번 인문학 기행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반성했다.



김동리 선생님의 토속적이면서도 전통적이고 샤머니즘적 종교관과 밀접하게 연결된 여러 작품들을 보았다. 인터뷰에서 작가는 어릴 적 친하게 지내던 동네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 한다. 이후 그의 작품엔 늘 죽음이 소재가 되었다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구나."

그리고 김동리 선생님께서도 노벨 문학상 후보였다는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되었다. 작년에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후 노벨 문학상이 멀고 먼 딴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음이 새삼 떠올랐다.


무녀도의 한장면ㅡ샤머니즘과 기독교의 충돌


안내자료에  소개된 황토기와 등신불등을 집필하신 다솔사는 오래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 사찰이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불교와 관련된 소설은 물론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무녀도, 기독교와 관련 있는 사반의 십자가등 선생은 여러 종교를 아우르는 작품을 이다. 이토록 다양한 종교를 아우르는 선생의 작품들은 결국 인간의 운명과 구원이라는 것으로 종결된다. 고향 경주는 선생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김동인 시인은 소설뿐 아니라 시와 평론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셨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데 이토록 두루두루 글을 잘 쓰시는 선생님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김동인 작가의 전시실을 지나 목월의 전시실로 발길을 향한다.

인물도 훤하니 지금 시대에도 인기를 만한 미남이시다.

박두진, 조지훈 시인과 함께 우리나라 시단을 이끌어 오신 분으로 청록파 시인으로 불리신 분이다. 목월 선생운 정지용시인의 추천으로 시인이 되셨다고 한다.

"북에는 소월이 남에는 목월이 있다."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한다.



목월 선생은 '통딱딱 통짝짝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동시로 문집 '어린이'에 특선으로 시가 뽑히면서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하셨다. 이후 동시가 아닌 시를 쓰시면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셨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고혈압으로 쓰러져 사망하셨다고 한다. 성품이 부드러우셔 청탁을 거절하는 법이 없고

참 어릴 적 수십번은 불렀을 송아지 노래의 노랫말을 목원 선생이 지으셨다고 한다.  선생의 마음엔 이렇게 순수함이 가득하셨나 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금융이사를 지낸 일과 이승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로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국민 시인인 나태주 시인과 배우 윤여정이 그의 제자라고 한다.

문학관에서 재미있는 시를 발견하였다



이별가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어릴 적 보았던 대학노트라고 불리던 노트와 원고지에 선생의 육필로 된 시들이 수십 년을 지나 오늘 우리들과 마주했다. 누렇게 변해버린 갱지지만 그 위에 쓰인 글자들은 시가 되어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요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는 시들은 도통 난해하기도 하거니와 암송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문학관을 나오며 나직이 선생의 시를 암송해 본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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