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이름을 건 문학관을 갖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다.
오늘은 학교에서 길 위의 인문학 행사 가는 날. 신안에서 부산까지 자가용으로 400km. 늘 자가용으로 가다가 이번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부산을 갔다. 어제 집에서 11시 반쯤 출발했다. 목포에서 부산까지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탔다.
부산에 가면 늘 숙식을 제공해 주는 학우님이 계시다. 나보다 20년 어르신인데 늘 편하게 대해 주신다. 그 집에 도착하니 6시 40분. 얼추 7시간이 걸린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캠퍼스로 향했다. 보통 학교에서 준비해 주는 길 위의 인문학은 학교 전 학우를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오늘은 버스가 한 대뿐이다. 오직 우리 과를 위해서 마련된 시간인 것이다. 부총장님께서 일부러 나오셔서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해 주셨다. 며칠 동안 날씨가 쌀쌀했는데 오늘은 봄날 같다. 우리의 여행을 축복해 주는 듯하다.
한 시간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대구에 위치한 빨간 건물이다. 정호승 문학관이다.
얼마 전까지 주민자치센터였는데 새로 자치센터를 지으면서 리모델링을 해서 정호승 문학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5분 거리에 시인이 살던 집이 있다고 한다.
1층엔 커피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향기로웠다.
우리는 지하에 내려가서 안내영상을 봤다.
정호승 시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구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일 것이다. 고백하자면’ 이 시의 제목이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작은 위로가 되었다. ^^
저 유명한 시는 수선화에게 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시인의 친구가 어느 날 자신의 외로움을 이야기하면서 시인에게 당신은 어떠냐고 물었다고 한다. 자신도 외로움을 느낀다고 대답하였다 한다. 그러면서 지은 시가 수선화에게 라고 한다.
먼 물울 창조한 하느님조차 가끔은 외로워 눈물을 흘리신다고 쓰고 있다.
아마 지독히도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러신 것이 아니실까 생각해 본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구도 좋지만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라는 말이 참 좋았다. 어쩌면 시인을 산 그림자를 그렇게 표현하셨을까.
시인은 낙타를 좋아하셨단다. 그래서였을까 문학관 입구에도 낙타가 있었다. 1층카페 이름도 낙타이다.
1층은 북카페처럼 책도 읽고 차도 마시는 공간이었다. 얼마나 부지런히 책을 쓰셨는지 한 면을 다 채웠다. 어른한테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죄송스럽지만 정호승 시인은 깎아놓은 밤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창작활동을 할 당시의 원고들과 소품들, 그리고 책과 기증품들이 2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편에는 시인의 서재를 복원해 놓은 곳도 있었다.
세례명이 프란치스코인 시인은 책상 위에 프란치스코 성인의 그림을 걸어 놓았다.
자료들을 보면서 꿈을 꿔본다. 나도 내 이름을 단 문학관 하나 갖고 싶다고 말이다. 아직 등단도 못한 초보 문학도이지만 큰 꿈을 꿔본다. ‘생각하고 쓰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앞으론 자료도 잘 모아 놓아야겠다.’라는 행복한 걱정을 해본다.
오늘은 여기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