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의 진리는 없을 수도 있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 중ᆞ장년 여인들을 중심으로 미라클 모닝이 전국을 휩쓸었다. 나 역시 시대의 시류에 발맞춰 매일 새벽 5시에 유튜브를 켜고 김미경 강사의 강의를 들었다.
그 시간에 사람들이 적게는 오천 명, 많을 때는 만 명 이상이 모여 강의를 듣고 매일 각오를 다지고 하루를 시작했다.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과 비교하면서 계속 채찍질을 하면서 나를 코너로 몰아세웠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지? 저 사람은 저렇게 잘 나가는데ᆞ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내겐 왜 기회가 오지 않는 거지? 더 열심히 해야겠군.
새벽부터 밤늦도록 줌에서 강의를 듣고 책을 보고 포스팅하고 영상을 만들었다. 평생 산 책 보다 더 많은 책을 일주일이 멀다 하고 주문하고.....
그러는 사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어느새 남편과는 각 방을 쓰게 되었고 (새벽 5시 전부터 일어나고 때때로 날을 새고 잠은 새벽 1시나 돼서 자다 보니 남편이 딴 방으로 갔다) 어디 가자고 하면 내 할 일을 해야 하는데 싶어 혼자 보내고 같이 갈 때도 강의 영상을 보느라 이야기 한 번 제대로 나 누지 못했다. 나는 할 일 많고 바쁜데 왜 자꾸 뭘 같이 하자고 하지? 세끼 밥을 챙기는 것도 귀찮았다.
명절ᆞ집안 행사로 시댁이나 친정을 갈 때도 새벽에 일어나 독서 모임을 했다.
이래야 성공하고 잘 산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2023년이 되고부터 나는 생각을 바꿨다. 이전까지는 '정신이 육체를 이긴다'는 생각으로 잠도 안 자고 무엇인가 하느라 늘 분주했다. 원하는 만큼의 성과도 없이 그냥 바빴다. 그리고 좀 지쳤다.
마음을 달리 먹었다
'육체가 정신을 이긴다.'라고.
마음껏 늦잠도 자고 책도 덜 읽고 강의도 많이 듣지 않았다.
별반 차이가 없었다. 치열하게 살 때나 조금 느슨하게 살 때나.
오히려 조급함이 사라졌다. 자기 계발한다고 돈을 벌어도 시원찮을 시간에 강의비로 비상금 통장은 깡통이 되었다. 심지어 보험대출까지 받았다. 당시에는 대출받을 때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월백이니 월천이니 물론 그렇게 버는 사람도 있다. 1 인기업한다고 이 세계에 발을 디뎠을 때 누구나 입만 열면 월백월백 하더니 월천월천 했다. 그럴수록 나는 쪼그라들었다.
물론 다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활용해 원하는 것을 얻는데 도움을 받았고 1년에 이삼백 권의 책을 읽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만났다. 책도 내고 글도 썼다ᆞ구글ᆞ캔바ᆞ한글ᆞppt 등도 필요한 것은 내 손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못할 때도 사는데 크게 지장이 있거나 큰 차이로 사는 모습이 달라지진 않았다,
운전연수를 하는 것처럼 운전대를 내가 잡고 있으나 보조석의 강사가 시키는 대로 운전을 했다. 이젠 내 의지대로 핸들을 조작하고 원하는 곳으로 가려한다ᆞ아니 가고 있다.
'타인이 아닌 어제의 나와 비교하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부족하다고 해서 오늘의 내가 내가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왕이면 후퇴보다는 발전이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족한 나도 멋지게 성공한 나도 다 나인 것을.
오늘도 반찬을 네 가지 만들고 책을 읽고 이렇게 글을 쓴 나를, 평범한 나를 응원한다.
치열함과 열정은 분명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 생각했다면 지금은 아니다
살아보니 그렇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뀐 것처럼.
신분사회에서 평등사회가 된 것처럼.
그땐 맞다고 믿었던 것들이 이제는 틀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