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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올 Oct 01. 2024

돌빵을 당했다. 그래서 경찰서엘 갔다

돌빵과 블랙박스가 알려준 깨달음

어제 목포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돌빵'을 당했다.

"'돌빵'이라는 전문용어(ㅋㅋ)는  경찰서 민원실에서 들은 말이다.


작은 돌이었는지 운전석 쪽에 콕 부딪힌뒤 작은 별빛 같은 금을  남겼다.

순간 쫙하는 작은 소리가 들렀다. 소리가 먼저 들리고 돌빵을 알게 되었다.


얼른 시간을 봤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있는 파출소에 갔다. 차에서 내려 찍힌 곳을 손으로 만져봤더니 미세한 유리가루가 묻어났다.

 압해도 파출소 문을 열었는데  잠겨있었다.

파출소가 잠겨있다는 말에

"어? 이게 뭔 소리여. 파출소가 잠겨있다고?"

라고 하겠지만,  이곳은 시골 섬마을이라  평소 파출소근무를 두 명이 하는데 주로 둘이 한 조가 돼서 동네 순찰을 돈다. 그때는  파출소가 잠겨있다.


집까지  가는 길에 파출소 3곳과 경찰서 한 곳이 더 있다.  암태 파출소는 삼사 년쯤 보이스 피싱범을 잡을 때 가봤다.(보이스피싱 당할 뻔했는데 잡은 적 있음) 나는 신안 경찰서로 가기로 했다. 경찰서를 신축해서 들어온 것이 작년인지 올해인지 그렇다.

민원실 주차장에 경찰차 한 대, 자가용 두 대 이렇게 밖에 없었다.


'시골이라 한적한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며 민원실에 갔는데 한 명이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마저도 경찰이 아니란다.

상황설명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경찰 한 분이 들어왔고 112에 전화해서 신고부터 하라 했다.

 잠시 후 파출소 직원 두 분이 오셨다. 아마 파출소는 잠겨 있었을 것이다. 교통과로 가야 한다 했다. 동행해서 갔는데 교통과도 잠겨있다.ㅜㅜ담당직원 번호를 수소문했는데 다른 섬에 가셨단다.


"민원실에서는  확인하면 안 돼요?"

민원실 가서 차에서 빼낸 블랙박스 칩을 컴퓨터에 넣고 내가 기억하는 시간 대의 영상을 확인했는데 안 찍혔다.

이십 분 정도 확인을 했는데  증거 확보가  안 됐다.

경찰분들도 이렇게는 솔직히 찾기 힘들다 했다.

그 시간대에 지나간 차들을 다 조회할 수는 있지만 상대방이 증거 있냐고 하면 힘들다는 것이다.  신고 접수를 하시겠냐고 했다.

 나는 신고하지 않기로 했다.

칩을 넣고 돌빵 자리에 손을 대봤지만  카메라에 안 들어온다. 카메라가 앞유리랑 가까워서 시야가 좁은 탓이다. 영상을 볼 때는 시야가 넓고 멀리도 잘 보였는데 말이다.

그냥 내 복이려니 생각했다. 가끔 앞에서 별의별 것들이 날아와 사고 나는 장면을 봤는데 이 정도면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참, 사건 처리를 해주신 암태도  경찰 두 분은 매우 친절하셨다. 사건 해결에 도움주시 못해서 미안해하셨다.



이래저래 삼사십 분을 소요했다. 푸드트럭 정기 검사를 하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6시가 다돼서 포기했다.


이번 돌빵사고를 통해서 나는 깨달은 것이 있다.



인간 관계도 이런 것이 아닐까?

뭐든 다 찍혀 있을 것 같던 블랙박스도 정작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은 시야가 좁아서 바로 앞의 것 말고는 보지  못했다.

사람의 관계도 너무 가까이 있을 땐  시야가 좁아져서 상대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나무만 보다 보면 숲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모든 인간 관계도 너무 가깝거나 멀면 안 된다는 생각.  너무 가까운 것은 보이지 않고 너무 먼 것은 흐려 보이기  마련.

등잔밑이 어둡고 제눈의 티는 보이지 않는 법.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때로는 거리가 필요하다.



돌빵 때우는 곳이  어딘지 알아봐야겠다.

더 이상  금이 길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웬만하면 대충 넘기는 성격인데 불합리한 것이 아니면 일종의 권리,  뭐 이런 것은 챙기며 살아가려 연습 중이다.  몇 해 전이였다면 경찰서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젠 좀 바꾸는 중.


차를 바꿀 때까지 별일 없이 탈 수 있으면 좋겠다.

돌빵 내가 주의한다고  안 생기란 법은 없지만  항상 조심하시고 안전 운전하세요.^^


참, 112 신고 접수 하고 자차로 우선 유리를 갈고 상대차를 찾으면 구상처리 할 수 있다는데 저는 그냥  둘 다 포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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