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 나아질 줄 알았다.
좀 더 현명해지고 좀 더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셈도 밝아지고 재산도 쌓일 줄 알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차고 넘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먹으면 먹을수록 허기만 졌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데 티끌 모아 티끌일 뿐이었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늘의 뜻도 알게 된다고? 다 뻥이었다.
불행하게도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었다.
20대에 취직을 하고 30대에 어엿한 가정을 꾸리고 40대에는 30평대 아파트에 승진도 하고 50대에는 아이들 대학 보내고…….
나이에 따라붙는 꼬리표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니 당연히 들어맞을 리 없다.
똑같은 나이는 있어도 똑같은 인생은 없다.
나이가 숫자일 뿐이니 장점도 있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으면 몸이 가벼워진다. 젊어서 못할 게 없고 늙어서 못 할 게 없다.
나도 이제 슬슬 사회생활을 정리할 나이가 되어간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일 뿐이니 할 게 많아진다.
그래서 밤늦도록 소설도 써보고, 이렇게 이상한 글도 끄적여 보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이는 없으니까.
나이는 진짜 숫자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