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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May 31. 2020

단어의 진상 #36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온 풀꽃 같은

비바람 속 살 부러진 우산 같은

통장에 꽂힌 월급 같은

소개팅 5분 전 같은

모델하우스 전단지 같은


아닌 줄 알면서도

속고 또 속아 넘어가는

사랑고백 같은     


죽는 그날까지 

차마 벗지 못하는

인공호흡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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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진상의 진상> 꿈     


누구나 꿈이 있다. 인간은 꿈꾸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든 작든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고 떠드는 사람은 실제로 보기가 힘들다. 


말 그대로 꿈은 꿈일 뿐이다. 

꿈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꿈은 벌써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저 앞에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희망고문일 뿐이다. 

꿈이 현실 속에서 계속 이루어진다면 그건 꿈이 아니라 그냥 일상일 뿐이다.

      

좌절과 꿈은 패키지 세트다. 

현실은 막막하고,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갈 때, 꿈은 다가와 손을 내민다. 

다시 한번 일어서 보라고, 한 번 해보라고, 언젠가 될 거라고 손을 내민다. 

물 한 모금, 술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다시 뛰어보라고 한다.

꿈은 좌절하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고칼로리 미끼상품일 뿐이다.      


이쯤 되면 우리도 안다. 속고 있다는 것을 안다. 허위 과장 광고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쩌랴. 됐다고. 이제 됐다고. 난 그냥 여기서 끝낼 거라고.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어수룩한 표정을 지으며 속아 넘어가 준다. 

귓가에 속삭이는 환상의 세계를 애써 상상해 본다. 그 달콤한 결말을 다시 한번 믿어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헛된 꿈이라도 그것마저 없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죽는 그날까지 우리는 이 빌어먹을 인공호흡기를 뗄 수가 없다. 

떼는 순간 하루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끝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유혹의 손길을 우리는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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