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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Jun 21. 2020

단어의 진상 #39

가슴팍에서 뭉텅 떼어낸

끈적한 이야기 하나 

바람결에 떠나보낸다

     

왁자지껄 웃음소리

아웅다웅 말 많던 사연들

풍등에 실어

밤하늘 위로 날려 보낸다     


언제나처럼 그 빈자리엔

또 다른 이야기가 쌓여

살을 만들고

피를 채우고

그렇게 굳어가겠지

그렇게 잊혀가겠지  

   

그러다 또 언젠가

바람 좋은 어느 날 

멀리 하늘 위로

낯익은 풍등 하나 지나가면

잠시 서서 바라보겠지

그저

웃음 한번 짓고는 돌아서겠지


그렇게 잊혀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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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진상의 진상> 이별     


우리의 몸은 수많은 세포와 신체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세포와 조직은 나름 수명이 있어서 분열과 사멸을 반복한다. 

피부는 4주, 뼈는 10년… 이런 식이라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몸은 수많은 시작과 끝을 반복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도 세포처럼 시작과 끝이 있다. 우리는 그 끝을 이별이라고 부른다. 

일생동안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인연들, 사연들, 수많은 이야기들……. 그러니까 당연히 우리는 수많은 이별을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신체에 통증이 있듯이, 우리에게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기에,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는 누구나 아프다. 

더군다나 그 끝이 너무나 갑작스러울 때는 더욱 그렇다.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어떻게든 그 끝을 막고 싶어도 어쩔 수가 없다. 떠날 것은 떠나보내야 한다.

그저 이야기 하나가 수명을 다했을 뿐이다. 

새로운 피와 살이 빈자리를 채우듯, 우리에게는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다만, 몸에 생채기가 생기듯 이별 끝에는 기억이라는 흔적이 남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잊었던 이야기가, 잊었던 이별이 문득 떠오를 것이다. 그럴 때면 애써 외면할 필요도, 그렇다고 미련으로 가슴 아파할 필요도 없다. 

그저 담담하게, 웃음 한 번 짓고 돌아설 수밖에 없다. 지나간 이야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우리 앞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수많은 이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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