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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Aug 19. 2024

건축 공간탐구] 로스톤, 그리고 자연의 환영

대림동 차이나타운 복합문화공간  LOSTON ( 설계 정의엽 건축가 )

서울에 수십 년을 살아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가 많다. 영등포구 대림동도 그중 한 곳이다. 서울에서 가장 외국인 거주자 비율이 높고, 영화 ‘범죄도시’의 배경이 되었다는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찾아가 본다. 문화예술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곳을 찾은 이유는 건축가 정의엽(AND건축사사무소 소장)의 설계로 지어진 복합문화공간 ‘로스톤(LOSTON)’을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8월 말까지 서용선, 정일영 등 양평지역의 예술가 모임인 ‘양평블루스’가 로스톤 전층에서 ‘자연의 환영(Phantom of nature)’이라는 건축개념에 맞춰 조형물과 회화를 전시하고 있다. 건물도 보고 전시도 볼 겸 겸사겸사 문화로운 산책 장소로 골랐다.  

로스톤 외관 (사진 신경섭 작가) 

로스톤은 2024년 건축문화대상을 받는 등 업계에서 화제가 된 건축물이다. 정 소장은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있는 서용선 작가의 아카이빙 전시실 ‘메타박스’에서 보듯이 오브제와 같이 개성이 넘치는 디자인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서울신문에 연재하던 건축기획물 건축오디세이에 소개하기 위해 ‘메타박스’를 취재하던 지난해 초에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디자인이 무척 특이했던 기억이 있다. 

지하철 2호선 대림역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와서 왼쪽으로 꺾으면 이른바 ‘차이나타운 먹자골목’이 나온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기가 서울 맞나? 싶을 정도로 간판은 중국어와 한글을 병기하는 곳이 많고 양꼬치 등을 파는 식당, 중국음식 식재료 파는 곳, 택배 집합소 등이 줄 지어 있다. 갑자기 공간이동을 해 온 듯 이국적인 풍경에 어리둥절해진다.

대림동 차이나타운 먹자골목의 안쪽으로  로스톤이 보인다.

눈으로는 간판들과 골목길의 풍경을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로스톤의 실제 모습이 어떨지 상상하며 5분 정도 걷다 보니 목적지에 닿았다. 주변의 건물들과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서 있는 로스톤 건물이 보인다. 회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바위들이 유리 사이에 끼어 있는 7층 높이의 건물이다. 계단식으로 위로 갈수록 바닥면적이 좁아져서 한쪽 면이 비스듬한 탑, 혹은 산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으로 들어섰다. 밖에서 보이던 콘크리트 바위들이 내부에도 있다. 커피와 갓 구운 빵의 향기가 좋다. 이런 동네에 이런 독특한 디자인을 한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2층으로 가본다. 2층 바닥은 야트막한 언덕처럼 3층 방향으로 오르막 경사로 지어진 것이 독특하다. 카페 공간이 3층과 4층까지 바위의 움푹 들어간 곳, 벽면, 바닥 등에 ‘양평블루스’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놓았다. 1,2부로 나눠 전시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2부 작가들의 전시가 이어지고 있었다. 

정의엽 소장은 “건물이 위치한 대림동은 서울시에서 외국인 거주자 비율이 가장 높은 반면 녹지비율(공원 접근성)은 가장 낮고, 슬럼화와 치안문제 등으로 별로 좋은 평을 듣지 못하는 곳”이라면서 “이 건물이 잘 자리 잡기 위해선 갤러리와 카페의 복합기능을 수용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침체된 이 지역에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사회문화적 편견에 저항하는 변화의 모멘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로스톤이 이 지역의 도시공간에 상실된 자연과 공공장소의 공백을 보완하는 건축적인 풍경이 되길 원했다”며 “건물의 기본 테마를 서울시의 환경적인 특성인 산(바위)이 있는 풍경으로 잡고,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관념산수의 풍경을 재해석해 휴식과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뾰족한 산처럼 보이는 건물의 계단식 매스는 일조권을 고려하고 용적률을 최대화해서 콘셉트를 살려 디자인한 결과다. 인접한 가로와 연속된 외부의 직통계단이 각층의 테라스와 연결되어 모두가 접근 가능한 수직적인 공공영역이 된다. 무량판 구조와 바위 모양으로 콘크리트 타설된 기둥(괴석처럼 보이는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은 사실 이 건물의 기둥이다.) 사이에 투명성이 극대화된 저철분 유리를 끼워 넣어 건물 내부에서 자연(바위) 사이로 외부가 투명하게 보이도록 했다. 자연을 매개로 주변지역과 입체적으로 관계를 맺는 셈이다. 50여 개의 괴석 사이에 만들어진 다양한 공간과 바위틈에 자라는 다양한 식생의 변화는 아쉬운 대로 자연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로스톤(LOSTON)이라는 작품이름은 Lost(잃어버린)와 Stone(돌)을 조합해 정 소장이 만들었다. 실제의 자연은 아니지만 로스톤은 도시의 공백에 출현한 ‘자연의 환영(Phantom of Nature)으로서 새로운 예술의 환경과 도시의 기억을 위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이 글은 컬처램프에서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culturelamp.kr/news/articleView.html?idxno=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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