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54)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작가로는 최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각) “한강(HAN KANG)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 여성작가로는 최초이다. 아시아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한강은 앞서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받은 바 있다. 한강은 121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강은 18번째 여성 수상자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1993년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후 1994년 소설로 등단한 한강은 서정적인 문체와 독특한 작품세계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대의 차가운 손’, ‘희랍어 시간’ , ‘소년이 온다’ 등 소설 외에 시집과 동화책을 두루 발표해 왔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은 지 5년 만에 발간한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고 올 초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을 통해 인류 보편의 주제인 폭력의 문제에 접근해 인간의 나약함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낸다. 한강이 폭력의 비극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광주민주화운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당시 서울에 살고 있어 직접 현장을 보진 못했으나, 13세 때 아버지(소설가 한승원)가 보여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사진첩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1998년 발표한 첫 장편 ‘검은 사슴’은 폭력과 삶의 비극을 다루며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는 트라우마를 지닌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을 하는 이야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는 한강의 문학성과 주제의식이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꼽힌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 4·3 사건의 비극에 접근한 소설이다. 한강은 지난해 한 강연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수많은 종류의 폭력이 담겨 있다. 역사적 사건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이자 인간 본성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라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4000만 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