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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그루 Aug 17. 2021

상처 입은 치유자를 위하여.

에니어그램9번 유형의 그림책 <… 아나톨의 작은 냄비>

나는 에니어그램 세 가지 중심 에너지 중에 본능 중심(8,9,1)에 있는 9번 유형이다. 에니어그램 1번 유형의 사람들처럼 강한 본능적인 충동과 감정을 억압하면서 자신의 에너지를 내부에 집중시킨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8번 유형의 사람들처럼 외부 세계로부터 나를 지키려는 에너지 역시 강하게 내뿜는다. 이처럼 끊임없이 내면과 외부에 에너지를 균등하게 쓰려고 애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너지는 빨리 고갈되고 만다. 그러니 외향적이기보다 내향적인 면이 더 도드라지고 어떻게든 에너지를 적게 쓰려고 노력한다.


에니어그램 9번 유형은 모든 것(다른 모든 유형들을 포함한)을 품는 포용력을 지녔으며 이해와 배려의 아이콘이다. 참을성이 많으며 일관성과 끈기를 지녔고 친절하다. 그리고 남을 잘 돕는다.(물론 먼저 나서는 편은 아니다.) 반면, 에니어그램에서는 성격이 형성될 때는 나의 여리고 부드러운 본질을 가리고 딱딱한 가면을 쓰는 것이라고 표현하는데 9번 유형의 가면에는 ‘나태’라는 재료가 사용된다. 이때의 ‘나태'는 갈등이 난무하는 삶의 현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고집스러움을 말한다.

이러니 9번 유형들은 중재자의 기질이 있는 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 공정함과 특유의 중재력으로 상황을 안정시키고 싶어 하면서도 그 상황을 모른 척 무시하고 싶어 하기도 하는 또 다른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나톨의 작은 냄비>, 씨드북

내가 이토록 에니어그램 9번 유형에 대해 구구절절 쓰고 있는 이유는 그림책 <... 아나톨의 작은 냄비>에 나오는 한 상처 입은 치유자를 기억하기 위함이다. 그녀는 하마터면 상처 안에 갇힐 뻔한 아나톨을 발견하고 모른 척하지 않고 그 상처를 만 저주며, 상처를 안고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는 9번 유형인 내 성격의 가면을 벗고 가장 나다운 모습이 된다면 아마도 그녀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9번 유형은 문제를 직면하기 싫어서 문제를 문제인지 모르고 거짓 평화를 만들어 내기 쉬운 기질인데 나는 그 고착에서 벗어나 내 문제를 잘 해결하고 다른 사람의 상처 역시 볼 줄 아는  상처 입은 치유자이고 싶다.

“그 사람은

아나톨이 냄비를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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