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위한건 아니지만..
내가 맡은 무언가가 1위를 한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다. 그동안 했던 업무에 대한 보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 그리고 가요 분야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앨범 마지막 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 영화 맨 마지막에 스탭들이 크레딧에 올라가는 것처럼.
지금 집에도 몇가지 앨범에 내 이름이 적혀있다. 엔터테인먼트 업무를 하면서 정말 힘든 일도 많았고,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일들도 있었지만 사람은 미화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가끔, 집 청소를 하다가 앨범을 뒤적여서 내 이름이 적힌 걸 보고 있자면 잠시나마 그때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다!)
다시 1위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누구에게다 1등은 기쁘다. 내가 맡았던 아티스트의 경우, 이미 인기도 많았고 팬도 많았기에 새 앨범을 출시했을 때, 1위를 할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세상에 당연한건 없는거니까.
1위 소식 방송을 회사에서 실시간으로 보면서 그 저화질의 방송을 캡처해서 바로 "우리 1위 했어요!" 자랑하는 보도자료를 작성해서 실시간으로 배포했다. 박봉과 야근으로 힘들었지만, 1위 하나로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내가 1위 가수 홍보를 하고 있다니!! 나 이렇게 유명하고 잘나가는 가수 홍보팀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게 특징인 것 같다. 적은 급여와 밤낮없는 업무로 정말 힘든 직군이지만, 뿌듯함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가끔은 너무 힘들긴 하지만 다이나믹한 일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고, 확실히 재밌긴 하다. 너무 다이나믹해서 그렇지!
그리고, 나는 엔터 업계에 잠깐 있다가 화장품 업계로 옮겼고, 주변에 금방 퇴사하고 다른 직종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긴 했지만, 또 그만큼 엔터 업계에 오래 있는 사람들은 정말 오래 일한다. 정말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엔터 업계에서 한번 이름을 떨쳐보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 분야라고 생각한다.
특히, 다른 업종에 비해서 여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은 업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형 기획사 임원 중에 여자 임원들도 많이 봤고, 홍보로 시작해서 회사 전체의 업무를 아우르는 일을 하는 유명한 여성 임원들도 많으니까 엔터업계에 취업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일단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도전해서 실제 업무를 해보면서, 나처럼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엔터 업계 여성 임원들처럼 높이 높이 올라가서 엔터 업계에서 이름을 떨칠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음 편에서는 엔터 홍보 업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프레스(기자) 케어 관련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