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 생활을 시작하다.
그동안 현실 업무 때문에 바쁘고, 지지난주에는 미뤄뒀던 휴가를 다녀오느라고 바빠서 브런치에 글을 올릴 시간이 없었다...라고 변명을 해본다. 내일이 월요일이라 일요일 저녁이 가는게 아쉽기도 하고 이번주 주말내내 밖에 한걸음도 안나가고 집에만 있었던 게 아쉬워서 맥북을 꺼내 침대에서 끄적여 본다.
나의 첫 회사에 입사한 지도 벌써 꽤 오래전 이야기이다. 사람인, 잡코리아에서 분류를 엔터테인먼트로 클릭해서 올라오는 공고 중에 괜찮아 보이는 곳들을 여러 곳 지원했던 것 같다. 홍보팀 공고가 떠서 이력서를 넣어 지원하게 됐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와서 1번의 면접을 봤고 합격했다.
에스엠이나 jyp, yg 등등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네임드 회사들은 1차 실무 면접 -> 임원면접 -> 아마도 신체검사? 등의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치지만, 보통의 중소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는 인력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실무, 임원 면접을 1번에 동시에 보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그랬다.
홍보팀 팀장님과 이사님이 면접관으로 들어오셔서 면접을 보게 됐고, 물어보는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했고 합격하게 되었다. 주로 학교 생활이나 왜 이일을 하고 싶은지,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활동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물어보는 등 다른 여타 기업의 면접과 비슷한 수준의 질문이 이어진다. 엔터테인먼트라고 해서 크게 다르거나 거창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길.
그리고 결론적으로 지금 나는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지만, 엔터테인먼트 회사 홍보팀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정말 크나큰, 열망가득한 포부가 있거나 이거 아니면 안되겠다 하는 꿈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추천하고 싶은 업계는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업무 시간이 비 정기적이고, 가수들은 토요일, 일요일에도 음악 방송을 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모니터링을 계속 해야하고 명절에도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 나오기 때문에 편하게 쉴 수가 없다. 물론, 홍보팀은 외부로 출근하는 업무가 많진 않지만 가끔 새벽이나 주말에 현장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워라밸을 중시하고 개인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엔터 업계와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업무 시간 대비 연봉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일단 엔터 홍보팀으로 일하면서 주로 했던 업무는, 해당 가수 기사나 방송 모니터링, 리뷰 기사 보도자료나 컴백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 SNS 컨텐츠를 기획하고 촬영 소품을 챙겨서 촬영 준비도 하고, 기자회견이나 쇼케이스 준비,기자 응대 등 해당 아티스트의 홍보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큰 엔터 기업에서는 분업화가 되어 있어서 업무가 세세하게 나뉘어 있겠지만, 대부분의 중소 엔터 기업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가지 업무를 해야하다 보니 홍보팀이지만 행사에 차출되어 다른 업무를 해야할 때도 있다. 이를테면, 콘서트 티켓 부스에서 티켓을 배포하기도 하고, 영어를 그나마 조금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외국인 팬들의 질문을 응대하는 업무를 하기도 하고.. 등등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돈 받고 일했지?? 어떻게 주말에도 나가고 저녁에도 일하면서 그 적은 돈을 받고 일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때 아니면 내가 언제 월드 투어 기자회견을 준비해보고, 해외 투어 기자회견에 따라가는 해외 출장도 가볼 수 있었을까? 그때 아니면 내가 언제 그렇게 콘서트에 온 팬들의 환희에 찬 표정,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고 뿌듯해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만약에 내가 그때 엔터 업계에서 일을 해보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 그때 어렸을때 엔터 업계에서 일해볼걸!"하는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역시 사람은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