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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루가 Nov 10. 2019

엔터 일을 하면서 뿌듯했던 일 (1)

콘서트를 준비하며 

평일에는 일하느라 바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저녁 먹고 씻고 드라마 살짝 봐주고 자기 바빠서 그동안 또 글을 미뤄왔다. 정말이지 일하면서 시험을 준비하거나 책을 쓰는 분들은 진심 대단한 사람들이다. 존경한다.


아무튼, 내 이야기를 계속해보겠다. 엔터 홍보팀 업무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고 기억에 남았던 일 세가지를 꼽자면 콘서트 홍보를 하고 실제 콘서트 장에서 팬들을 만났을 때, 월드 투어 기념 해외 출장을 다녀왔을 때, 1위 했을 때 이렇게 세가지로 꼽을 수 있겠다.


공교롭게도 이 경험들은 모두 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인데, 확실히 아이돌 그룹이나 가수들은 활동이 훨씬 더 다양하고(앨범을 내거나 예능을 하거나 드라마나 영화를 찍는 등 다양하다) 팬들의 반응도 즉각적이고(그래서 가끔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훨씬 다이나믹한 활동들이 많아서 그런지 기억에 남는 일들도 많다.


1. 콘서트

콘서트는 가수들이 하는 거지만, 그 콘서트를 하기 위해서는 뒤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의 노고가 담겨있다. 나도 이쪽 일을 하기 전에는, 콘서트를 가면 그저 즐기기에 바빴는데 내가 직접 업무를 해보고 나니 이걸 준비했을 담당자들은 정말 고생이 많았겠다..하는 직업병적인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일단, 홍보팀에서 콘서트를 위해 하는 업무는 콘서트 티켓 판매 페이지 문구 작성, 영문 번역(번역은 따로 담당 팀이 있거나 외주를 준다면 안하기도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안다면 간단한 번역은 직접 할 가능성이 높다), 콘서트 개최 보도자료 작성, 기자 초청 및 현장에서 프레스 케어, 가끔 필요할 경우 티켓 부스에서 티켓 배부 업무(프레스 초청이나 해외 팬들의 문의 답변 등), 후속 기사 체크 등의 업무를 한다. 


콘서트 개최 보도자료는 말 그대로 콘서트를 개최하기 전에, 우리 가수 누구가 언제 어디서 어떤 타이틀로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이다. 해당 보도자료를 작성해서 언론에 릴리즈를 하면, 각 매체의 가요 담당 기자들이 해당 기사를 송출해준다. 그리고, 프레스 초청은, 우리 가수가 이렇게 잘해요~하는 걸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기사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요 담당 기자들을 초청하는 일이다. 초청장 공문을 만들어서 메일로 보내고, 참석 희망 인원을 체크하여 프레스 자리를 준비한다. 현장에서 오는 기자들을 안내하고, 미리 사전에 세트 리스트와 멤버들 이름(특히, 멤버들이 여러명일 경우 꼭 필요함.. 아무리 가요 담당 기자들이라고 할지라도 그 많은 아이돌 이름을 다 외울 수는 없기에..), 곡 설명이나 앨범에 대한 설명 등을 담은 자료를 작성하여 웹하드에 올려놓고, 출력도 하여 현장에서 배포해주어야 한다. 콘서트 후에는 현장 포토가 찍은 사진을 웹하드에 업로드하고, 사진 기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매체들을 위해 콘서트 사진을 제공해야 한다. 사진 준비가 안될 경우 "무슨 사진도 준비가 안됐냐"는 호된 핀잔을 들을 수도 있으니 특히 주의할 것. 


그리고, 가끔은 인력이 모자라면, 직접 티켓 부스에서 티켓 배부를 하는 업무를 하기도 하는데, 보통 일반 관객들 티켓은 관련 업무에 숙지되어 있는 아르바이트 생들이 진행하고, 본사 홍보팀에서는 프레스 초청이나 회사 초청 초대권을 받은 분들에게 배부하고, 가끔, 영어를 아주 조금 그나마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외국 팬들이 하는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업무를 하기도 한다. 그때는 내가 왜 이런 업무까지 해야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아니면 언제 그 티켓 박스 안에서 표를 나눠주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유없는 경험은 없다.


그리고 특히나, 콘서트에서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부분은, 가수들이 공연을 하면 할수록 그 공연에 빠져드는 팬들의 표정을 보는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아마 누군가의 팬이었다면 한번 쯤 느껴보았을 감정일 것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으로 가득찬 공연장은 정말 감동의 도가니고, 2시간도 넘게 무대 위에서 뼈가 부서져라 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면 내 자식들은 아니지만 세상 뿌듯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콘서트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팬들을 마중할 때, 그 감동에 찬 표정들을 보면, 주말에 일하느라고(보통 콘서트는 주말에 하기 때문에) 몸은 정말 힘들지만 마음만은 따뜻해지고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어떤 팬들은 콘서트장 벽에 부착된 포스터를 보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거 떼어가도 될까요??"라고 물어보며 포스터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예쁜 마음이, 수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해외 출장과 가수가 1위 했을때의 일들은 다음 편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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