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드 소마>를 보다가
(스포 없음)
<미드 소마>를 보면 절친한 두 친구가 동일한 논문 주제를 서로 쓰겠다며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조쉬 :
네가 뭐 하는지 모를 거 같아?
어이없을 정도로 뻔하잖아.
이렇게까지 뻔뻔하다니 솔직히 놀라울 정도야.
크리스티안 :
무슨 개소리야?
조쉬 :
넌 무슨 개소리야?! 내가 연구하던 게 이거란 거 알잖아. 너도 알고 있으니까 찔리는 거야. 비윤리적이고 게으르고 거머리 같은 새끼야. 솔직히 딱하다. 네 주제 찾아서 제대로 연구해. 난 이 연구에 많은 걸 투자했어. 심심풀이로 하는 취미가 아니라고.
크리스티안 : (상관없다는 듯) 난 이거로 논문 쓸 거야.
너도 할 거라면 합동 연구도 괜찮아. 싫다면 같은 주제로 따로 써야지.
그전까지 고민 상담을 나누던 친구였던 조쉬와 크리스는 서로 같은 논문 주제를 선택하게 되어 갈등이 생기고 둘은 절교 직전까지 가게 되고, 논문에 필요한 깊은 정보를 얻기 위해 서로 뒤에서 꿍꿍이를 부리기도 한다. 그러다 한 명은 크게 다친다.
솔직히 시나리오를 쓰는 나로서는 논문이라는, 이성적인 판단과 수많은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쓰이는 글이 탄생되는 배경을 궁금해한 적은 없다. 공부 많이 하신 분이 쓰시는 글이니 어렵고 사회에 의미 있는 글이겠거니 하는 정도의 무의식적인 생각은 있었겠지만.
그런데 논문의 탄생 배경(모든 논문이 그렇지야 않겠지만)이 이렇게 개싸움을 벌여가며 써지는 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 어쩌면 모든 글은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글로 직접 대중들에게 자신의 마음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위해선 오랜 친구와의 갈등도 불사할 정도로 거대한 ‘쓰고 싶은 마음’을 마주하는 것이고 나도 모르게 그걸 위해 무엇이든 하게 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