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이북에서 두 분만 내려오셔서 일가친척이 없어 외로우니 생기는 대로 낳자 맘먹으신 아버지 덕에 2남 5녀.
(5살 큰 아들은 피난 와서 병이나 잃으셨다고 하셨다) 주렁주렁 자식이 홍시감 달리 듯..
굵은 국수 한 다발 사서 끓여봤자 식구수 대로 나누어 방으로 들여보내면 엄마 몫은 없었단다. 내색도 못하고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양은솥 안의 국물만 국자로 퍼서 마시며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으면 그나마 철이 난 큰 언니가 "들어와 엄마, 같이 먹자"했다는… 그때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엄마 역시 2남 5녀의 막내딸 이셨으니, 엄마의 엄마가 그리웠겠지.
'엄마...
라고 불러보고 싶었겠지. 손잡고 주름 깊은 엄마의 엄마 품에 엄마 얼굴 비비다가 뽀뽀해 주고 싶었겠지. 살집 없는 가슴일지라도 그 가슴에 펑펑 울고 싶었겠지. 보고 싶었다고 사랑한다고... 그럼 잠시동안 배가 고프지 않으셨겠지. 그 그리움을 어찌 참고 사셨을까?
요즘 나는 국수가 그다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