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진 찍는 미미 Feb 23. 2024

빛바랜 은 쌍가락지

은 쌍가락지

결혼 후 몇 년 지나서 정확히 몇 년도 인지 모르지만 황용인가 흑룡인가 해라면서 자식들이 엄마한테 은반지를 해 주면 좋다는 설이 있었다.

어느 시누이가 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날 어머님의 머리맡에 은 쌍가락지가 있었다.

그 후로 어머님이 끼고 계신 모습을 보지 못했다. 편찮으시니 외출할 일도 없으셨을 테지만…

어머님 돌아가시고 어머님 물건 모아둔 서랍에서 이 반지를 보았을 때 은이라 변색이 되어있었다.

내 손가락에 끼워 봤더니 턱 없이 크다. 어머님의 손가락이 이렇게 굵었었나?

미안해서, 고마워서, 사랑한다고 쳐다보시던 눈빛만 생각나지 손가락 굵기는 생각나지 않는다.

안 맞는 변색된 은 쌍가락지! 그냥 가지고 있으련다. 어머님 보고 싶은 맘은 반지의 변색이 점점 진하게 켜켜이 쌓여가는 것보다 더 진하게, 깊게 남아 있으니.

그러고 보니 울 엄마한테는 드린 기억이 없다.

에고......

하지만 두 분을 향한 그리움만큼은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런다 한들, 마음은 허 하기만 하다.

  


ps:  이 사진엔 없지만 그때 나의 두 딸이 사 준 문방구에서 사서 준 반지가 아직 나한테 있다. 그것 또한 때가 끼고 변색되었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맘은 변색보다 진하리라.



이전 13화 놋주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