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와 골무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머리 길이 검사하기 전 날 엄마는 나를 미용실에 가지 말라고 하시면서 가위를 들고 나의 목에 보자기를 두르셨다.
마당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잘 자르라는 나의 신신당부에 걱정 말라고 큰소리 땅땅 치시고는 한참을 공들여 자르셨지만 이쪽저쪽 오른쪽 왼쪽을 맞추다가 내 단발머리는 귀밑 1센티가 아니라 귀하고 같은 것도 있었고 귀 위로 올라간 것도 있었고, 유명하고 유능한 헤어디자이너가 와도 손 쓸 수 없게 만드셨다. 두 다리 뻗고 엉엉 울어봤자 …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셨지만 그 후로도 나를 힐끗힐끗 보며 웃음을 참으신 거 내가 다 알고 있었다.
가족이 모두 그랬을 거다.
엄마는 그 후로 다시는 내 머리를 잘라주신다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물론 나도 다시는 보자기를 목에 두르지 않을 작정이었었다. 하지만 두발길이 검사에 걸리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선생님들도 웃으셨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당시 엄마가 얼마나 당황하셨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 마저도 그리운 추억이 되어 나와 함께 있건만!
내가 결혼하기도 전, 그 보다 더 전에 아버지가 일본 출장을 다녀오시며 딸 다섯을 위한 가위 다섯 개를 사 오셨다.
사진의 가위는 바로 그 가위다. 끝이 살짝 녹슬었지만 닦으면 없어질 것이고, 사용하기에 끄떡없다.
딸들을 위해 골랐을 아버지의 마음을 다시 헤아려보며 오늘도 만지작 거려 본다.